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국방력 강화와 ‘강 대 강’ 원칙을 강조했다. 핵 무력을 언급하거나 미국이나 남측을 겨냥한 직접적인 위협 발언은 없었지만, ‘대적투쟁’이란 말을 2년 만에 꺼내 강경한 대남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김정은이 8일에서 10일 사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라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 원칙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올해만 18차례 진행된 미사일 실험과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핵실험 등 북한의 비대칭 전력 개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김정은은 “오늘 우리 국가의 안전 환경은 매우 심각하며 주변 정세는 더욱 극단하게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띠고 있다”며 “이 같은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 점령을 더욱 앞당길 것을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직접적으로 한국이나 미국을 향한 메시지는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은 회의 결론에서 “대적투쟁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들과 전략전술적 방향들이 천명됐다”고 전했는데, 북한은 통상 대적투쟁이라는 표현을 남한과 관계가 악화됐을 때 사용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남북관계를 대적관계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북한은 주적’ 기조에 맞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당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신임 외무상으로 최선희 외무성 1부상을 임명했다. 최선희는 2018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때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물로, 그가 외무상에 임명된 것은 북한이 중장기적으로 미국과의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북한은 12일 서해상으로 방사포를 여러 차례 발사하며 윤석열 정부 들어 네 번째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8시께부터 11시께까지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항적 여러 개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