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라차 소스' 마트서 사라진다?…매운 맛 중독자들 '탄식' [노유정의 제철]
한국에 ‘매운 소스’의 대표 주자로 고추장이 있다면, 미국에는 스리라차 소스가 있습니다. 베트남 난민이었던 데이비드 쩐이 미국에 정착한 후 설립한 기업 후이 퐁 푸드에서 1980년 출시한 대표 제품이지요. 데이비드 쩐이 아시아 음식에 넣을 매운 소스가 마땅치 않아 만들어낸 동남아식 핫소스인데,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표 핫소스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미국에서는 피자 등 프랜차이즈에서 비치해놓는 것은 물론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스지요.

그런데 이 스리라차 소스 생산이 수 개월 동안 중단될 예정입니다. 원 재료인 고추 작황이 부진한 탓에 생산업체인 후이 퐁 푸드가 심각한 고추 수급난에 시달리고 있어서입니다. 미국에서는 스리라차 소스를 미리 사재기하겠다는 소비자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후이 퐁 푸드는 대표 제품인 스리라차 핫칠리 소스와 칠리 갈릭, 삼발 올렉 등 3가지 제품의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트위터 등 SNS(소셜미디어네트워크)에 공개된 메일에 따르면 회사 측은 “4월 19일 이후 받은 모든 주문 물량은 9월 6일 이후 순차적으로 출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급 차질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신규 주문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후이 퐁 푸드는 “제품이 전례 없는 공급 부족 상태”라며 “예기치 못한 봄철 고추 흉작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핵심 재료인 고추가 부족해 스리라차 소스를 주문을 받은 만큼 만들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AP통신에 따르면 후이 퐁 푸드가 고추를 매입하는 지역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 그리고 멕시코의 농가들입니다. 이중 미국 서부에서 3년째 이어지는 가뭄과 높은 기온으로 캘리포니아 작황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미국의 가뭄 상황을 점검하는 미국 가뭄모니터는 지난주 캘리포니아 주 전체가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남부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잔디밭에 물 주기 횟수도 제한할 정도입니다.

후이 퐁 푸드가 생산을 중단하면서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 유통 채널에서도 순차적으로 스리라차 소스를 구하기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현재 갖고 있는 재고분을 다 판매하면 매대가 빌 테니까요.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미 SNS에서는 “올해 들은 뉴스 중 최악” “종말이다”라는 ‘매운 맛 중독자’들의 탄식이 이어졌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매대가 비기 전에 스리라차 소스를 사재기하러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