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명의신탁받은 수탁자가 해당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 버리게 되면 신탁자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수탁자의 임의처분을 막기 위해 가등기나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목적의 가등기나 저당권은 유효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실명법하에서의 명의신탁법리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한다) 제4조는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그 일방당사자가 되고 그 타방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여 명의신탁의 사법상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명문화하였다. 따라서 신탁자는 수탁자를 상대로 위 약정이 유효임을 전제로 한 주장을 할 수 없어, 유효한 명의신탁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이를 해지하는,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또는 이전등기말소청구는 불가하다.
그렇다면, 명의수탁자가 수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명의신탁약정과 별개로 향후 신탁자의 요청에 따라 수탁자가 이전등기해주기로 약정하거나, 수탁자가 임의처분할 경우 일정금액을 배상하기로 약정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취한다면 이런 약정들은 유효할 수 있을까? 이런 취지의 약정 역시 명의신탁약정과 마찬가지로 무효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2006.11.9. 선고 2006다35117 판결 【부당이득금반환】은 “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매수대금을 자신이 부담하면서 다른 사람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기로 약정하여 그에 따라 매각허가가 이루어진 경우, 경매 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자는 수탁자인 명의인이고, 매수대금의 실질적 부담자와 명의인 간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다는 전제하에서) --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소외 2가 매수자금을 자신이 부담하면서 피고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기로 피고와 약정하였고, 그 약정에 따라 매각이 이루어졌다면, 소외 2와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관계가 성립되었다 할 것이고, 소외 2와 피고 사이의 위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라 할 것이며, 따라서 소외 2는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 자체나 그 처분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제공한 매수대금을 부당이득으로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소외 2와 피고 사이에 소외 2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 명의를 이전하거나 그 처분대금을 반환하기로 한 약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국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명의신탁 부동산 자체 또는 그 처분대금의 반환을 구하는 범주에 속하는 것에 해당하여 무효라 할 것이다”고 판단하였다(소외 2와 피고 사이에 소외 2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명의를 이전하거나 그 처분대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위 약정에 따라 피고는 소외 2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용한 이 사건의 원심판결을 취소하였다).
그렇다면, 수탁자의 임의처분을 막기 위해 해당 부동산에 신탁자가 해둔 가등기나 저당권의 효력은 어떠할 수 있을까? 이는, 가등기나 저당권설정 원인의 유무효에 따라 달라지는 바, 명의신탁의 유형을 구분하여 논의해야 한다.
먼저, 甲 명의의 부동산을 甲이 乙에게 명의신탁하는 양자(내지 2자) 간 명의신탁을 하면서, 신탁자인 甲 명의로 가등기나 저당권을 설정했다면, 이는 유효할 수 있다. 양자간 명의신탁은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고 그에 기한 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역시 원인무효의 등기가 되는데, 등기에 불구하고 해당 부동산에 대해서는 신탁자가 소유권을 그대로 보유하게 되므로, 신탁자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수탁자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나 진정등기명의회복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권리를 보전하기 위한 가등기 역시 가능하고 유효하다. 한편,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수탁자의 임의처분시 소유자인 신탁자가 입을 수 있는 부동산 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될 수 있어, 이 범위에서 저당권도 유효하게 된다.
하지만, 계약명의신탁, 예를 들어 甲, 乙이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신탁자 甲의 자금으로 丙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되, 매수인을 甲 대신 수탁자 乙로 하고, 乙 앞으로 이전등기하는 경우에는, 양자간 명의신탁 보다 훨씬 법리가 복잡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서는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계약명의신탁 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되어 수탁자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하지만, 명의신탁약정 자체가 무효인 이상 수탁자의 소유권 취득은 법률상 원인이 없게 되어 신탁자는 수탁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는데, 이때 신탁자의 손실과 수탁자의 이득이 무엇인지와 관련해서 부당이득으로서 부동산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 매수 대금 상당액만을 반환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해 견해가 대립되고 있는 바, 판례는 기본적으로 명의신탁약정이 체결된 시기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먼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당해 부동산 그 자체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8.11.27. 선고 2008다62687 판결). 하지만, 청구권 행사는 10년의 소멸시효에 해당하고, 신탁자가 해당 부동산을 점유 사용하더라도 시효진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대법원 2009.7.9. 선고 2009다23313 판결).
반대로, ‘계약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인 경우에는 명의신탁자는 애초부터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었으므로 위 명의신탁 약정의 무효로 인하여 명의신탁자가 입은 손해는 당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제공받은 매수자금을 부당이득 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수탁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이는 법적으로 자기 소유의 부동산처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신탁자에 대한 민사적인 불법행위도 성립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형사적인 횡령, 배임죄의 처벌도 불가능하다. 즉, 수탁자는 처분한 부동산의 법적인 소유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횡령죄의 대상이 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고(대법원 2006.9.8. 선고 2005도9733 판결 ), 배임죄 역시도 수탁자는 신탁자에 대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정되고 있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도6994 판결).
결국, 계약명의신탁 구조에서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의 명의신탁으로서 부동산 자체를 반환청구할 수 있으면서 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소멸되지 않은 경우에는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해 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의 경우에는 이전등기청구권이 없다는 점에서, 가등기는 이 범위에서만 유효할 수 있다.
한편, 저당권은 매수대금상당 정도의 금전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유효할 수 있고, 그 이상의 금액을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약정은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반한다는 점에서 매수대금 상당의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무효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명의신탁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가등기와 저당권을 설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정 정도의 효력만이 있을 뿐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조치들을 맹신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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