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 ‘쇼크' 빠진 과천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공무원이 대거 빠져나가는 과천시와 들어올 지역인 세종시의 부동산시장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과천시는 한동안 '준강남'으로까지 불리며 승승장구하다가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본 괘도에 오르면서 부동산 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침체에 빠져있는 과천시의 경우 부동산경기 침체 영향도 있지만, 중앙부처 이전 후 공동화 우려 등으로 아파트 거래뿐 아니라 상권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때 전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었던 경기 과천시 주택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수도권을 통틀어 가장 조용하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소문난 과천은 2000년대 중반 한 때 3.3㎡당 아파트 가격이 서울 강남권보다 높게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 값이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그래도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거의 끊겼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집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과천시의 아파트 값이 3.3㎡ 당 평균 2500만 원이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평균 2597만 원 대를 유지했다. 주택 활황기였던 2006년 평균 3742만 원과 비교할 때 3.3㎡ 당 1200만 원 넘게 하락한 셈이다. 세종시 이전이 확정되고 과천 아파트 값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만 15% 가격이 떨어졌다.
과천시 아파트 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재건축 사업의 침체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과천시내 아파트 1만3,500여 가구 중 재건축 추진 중인 가구 비율이 37%이고, 재건축 대상 가구는 전체의 72%에 달한다. 과천은 가장 먼저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아파트가 재건축을 앞둔 상황에서 재건축 시장이 얼어붙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급변했다.
실제 주공2단지 전용 52㎡의 거래가는 2011년 5월 6억5,800만원이 최저가였지만, 지난 6월 5억9,000만원으로 10%나 급락했다. 최근에는 5억6,000만 원 이하의 매물도 거래되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는 3.3㎡ 당 매매가가 서울 강남을 넘어섰던 2006년 말 10억에 거래되기도 했다. 거래 건수도 바닥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0건이었던 별양동의 거래건수는 올해 6월엔 단 2건만 거래된 상태다.
상가 매매와 임대도 거의 끊긴 상태다. 청사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호황기에 1층 점포 33㎡(10평)당 권리금이 1~2억 원 정도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5000만 원 이하로 떨어지거나 권리금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상가가 많고, 매물로 나오는 상가들도 점점 늘고 있다. 과천 상권은 인구 7만 명의 소도시로 상권 색깔이 바뀌는 데 한계가 있어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과천 부동산값이 하락하는 이유는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행정도시로서의 매력이 반감되었을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수요가 확연히 줄어서다. 또한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심리적인 불안감과 맞물려 부동산 경기침체에 민감한 재건축 단지가 다수 위치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재건축 투자수요 유입이 뚝 끊기면서 과천시 집값을 더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과천 부동산의 이른 시일 내 가격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된다. 투자심리 위축과 맞물려 거래부진과 가격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이 가까울수록 급매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굵직굵직한 대형 변수도 많다. 향후 청사 앞 대규모 유휴지의 개발 추진과 GTX 수도권 고속철도 노선 결정의 호재가 있다. 게다가 천혜의 주거환경과 뛰어난 서울 접근성으로 인해 부동산가격의 급락은 중단기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값싸게 부동산 사는 모임(부동산카페). http://cafe.daum.net/Low-Price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