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으로 이끄는 투자노하우] ‘묻지마’ 경매 보증금 날리기 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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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사례로 본 부동산 경매 유의점
법원경매 입찰장에 사람과 돈이 여전히 몰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 조정기를 맞아 지금 사두면 돈 된다는 생각에 ‘묻지마 투자’ 양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입찰 경쟁률이 높다보니 일부 인기지역은 낙찰을 받아가는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울·수도권의 연초 아파트 낙찰은 통상 1회 유찰 후 최저가 수준에 낙찰되는 관례에 비추어 봤을 때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 비율) 90% 이상 고가 낙찰률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보다도 소액 다세대 낙찰가율은 가히 과열상태다. 대개 경매 투자경험이 없는 소액투자자들이 고가 낙찰에 앞장선다.
투자 유망지역이나 소액 투자물건은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게 낙찰(100% 이상)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 2월 19일 서울 남부법원에서 입찰된 양평동의 41㎡ 지하 다세대는 감정가(1억1000만원)에서 무려 15명이 입찰 경쟁을 벌여 낙찰가율 201%인 2억2180만원으로 낙찰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입소문만 듣고 경매에 뛰어든 사람들은 돈을 벌거나 내 집을 마련하기는커녕 목돈만 날릴 수 있다. 실제로 각 법원에서는 사전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이 달아오른 분위기에 휩쓸려, 터무니없이 높은 낙찰가를 써내거나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하는 기본사항조차 챙기지 않고 달려들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사실 경매는 일반 매매와 달리 워낙 따질 게 많아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도 쉽게 돈을 벌지 못하는 영역이다. 남들 다하는 경매 나도 한번 해보겠다는 식으로 무작정 돈을 던지는 일은 삼가야 한다. 경매에 뛰어들기 전에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들을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권리관계를 가장 먼저 살펴라
경기 의정부에 사는 김모 씨는 대기업을 명예퇴직한 뒤 경매투자에 뛰어들었다. 나름대로 투자가치가 클 것 같은 경기 포천의 한 소형 아파트(24평형)를 감정가(8500만원)보다 훨씬 싼 5510만원에 낙찰 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낙찰 받은 집에 선순위 세입자(전세금 3000만원)가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결국 전세금을 떠안게 돼 아무런 이익도 보지 못했다.
경매 참여 전에 반드시 물건의 법적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근저당, 가압류, 압류 등은 법원 경매에서 낙찰되면 자동적으로 말소되지만, 선순위가등기, 선순위가처분, 선순위 전세권, 선순위 지상권 등 선순위 채권은 그대로 남게 된다. 또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아 놓은 경우에는 전세권이 등기부 등본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집을 찾아가 임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사는 장모 씨는 신대방동 아파트 단지 안 1층 상가 26㎡짜리 점포를 5500만원에 낙찰 받았다. 두 번이나 유찰돼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아파트 단지는 작아도 상가가 큰 길과 붙어 있어 사뒀다가 되팔면 돈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낙찰 받은 상가가 건물 뒤쪽 후미진 곳에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감정서 사진만으로는 주위 환경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결국 보증금 550만원만 날리고 잔금 납부를 포기하고 말았다. 특히 집단 상가일 땐 입찰 전에 반드시 정확한 경매 대상의 호수를 확인하고, 가게의 정확한 위치를 살펴봐야 한다. 아파트 등도 직접 가보면 법원 기록이나 경매지에는 나와 있지 않은 많은 정보가 보인다. 부근 부동산 중개업소도 찾아가 현재 시세가 얼마인지 챙겨야 한다.
들어가는 비용을 뽑아봐라
서울 성북구 수유동에 사는 이모 씨는 미아삼거리 골목 안에 있는 가게 하나를 7000만원에 낙찰 받았다. 시세 보다 조금 싸게 샀다고 만족스러워했지만, 나중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지 않았다. 결국 사채까지 끌어써 제때 잔금을 납부하면서 높은 이자를 무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경매의 추가비용으로는 제세금으로 취득세(농어촌특별세) 1.5%, 등록세(교육세) 1.2% 등을 부담해야 하고 명도비, 입주지연에 따른 손해, 체납공과금, 집수리비 등 추가비용과 경매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시세와 비슷하게 낙찰 받으면 오히려 일반매매보다 손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아파트 낙찰가가 시세의 9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물론 자금 계획도 사전에 확실히 세워야 한다. 응찰가의 10%인 계약금 외에 나머지 잔금도 매각 허가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내야 되기 때문이다.
책과 실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라
부동산 경매의 기초적인 개념과 원리를 알 수 있는 책을 몇 권 구입해서 읽어두자. 서점에 가면 ‘실전 대박 투자’, ‘100배 벌기’ 식으로 눈만 어지럽히는 책이 많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용어설명이 잘 돼있고, 판례를 보기 쉽게 정리한 입문서부터 구해 여러 번 읽어두는 것이 좋다.
그런 뒤 관심지역을 정하고 대법원 사이트나 경매정보제공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선정하고 조사를 시작하면 된다. 초보라면 권리분석이나 시세 파악 등이 쉬운 아파트 물건이 좋다. 또 본인이 직접 하기 어렵다면 경매컨설팅 법인이나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상담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경매대행 수수료는 보통 감정가의 1%이고 낙찰 뒤 권리분석이 잘못된 경우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당연히 큰돈을 벌어주겠다거나 공동투자를 유도하는 악덕 브로커들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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