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출신 첫 금감원장…"시장 교란 행위에 엄정 대응"
사상 첫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7일 취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신임 금감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사진)를 임명했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시장 교란 행위에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며 금융회사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척결 의지를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오후 금감원 강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시장교란 행위에 종전과 같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은 시장 질서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뢰를 제고시켜 종국적으로는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피해를 입고, 소외된 금융소비자가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며 “최근의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경제계에선 금융 경험이 없는 1972년생(50세) 검사 출신 인사를 금융감독 수장으로 발탁한 인사에 적잖게 놀라는 눈치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리는 이 원장은 현대차그룹 비자금 의혹,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 대형 기업·금융 비리 수사를 윤 대통령과 함께했다. 이 원장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검찰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직서를 던졌다.

정치권과 관가에선 검찰 출신 인사들이 과거 기용된 전례가 없는 경제, 안보 부처에까지 중용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유력한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사 출신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근무 시절 윤 대통령과 ‘카풀’을 한 인연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판 여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출근길에 ‘검찰 출신이 정부 요직을 독식한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계에선 대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검찰 출신 금감원장 내정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융·경제범죄 수사 분야 전문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금감원의 더 큰 업무 영역인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와 핀테크 육성 등 금융산업 정책에 대해선 전혀 경험이 없지 않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복현 원장은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사안에 대해선 판사에게 고성을 낼 정도로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며 “금융회사들을 마치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라임·옵티머스 사례 등을 예로 들며 자본시장 쪽 감독과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결국 검찰 출신 전관들의 몸값만 뛰게 생겼다”며 “검찰 출신 대통령이 배출되니 검찰 조직의 밥그릇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검찰 출신이 아니면 대한민국에 유능한 인물이 씨가 말랐냐”고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 편중, 지인 찬스 인사라는 비판에도 마이웨이 인사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좌동욱/이호기/정지은 기자
△서울 출생(50) △서울 경문고, 서울대 경제학과 △공인회계사 △사법고시(42회) △서울지검 남부지청, 서울중앙지검 특수 4부장·경제범죄형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