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정진석·권성동, '공천논의' 혁신위·우크라이나行 비판
이준석, 조강특위 공고 내고 47개 당협 재정비
"자기 정치, 이율배반적" "기차는 간다"…與 파워게임 조기 점화
6·1 지방선거에서 대승한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준석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이 불거져 나왔다.

이 대표가 선거 직후 혁신위원회를 띄우며 '공천개혁'을 화두로 제시한 데 이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가서 '외치'에 집중하는 행보를 두고 당내 일부의 불편한 심경이 노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곧바로 "어차피 기차는 간다"고 응수하는 등 포스트 지방선거 국면에서 집권여당 내 주도권 쟁탈전이 조기에 불붙고 있다.

이러한 힘겨루기 양상은 이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간 견제 구도에 더해 차기 당권을 향한 예비주자들의 몸풀기 성격까지 얽히면서 복잡한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자기 정치, 이율배반적" "기차는 간다"…與 파워게임 조기 점화
당내 최다선으로, 친윤 그룹의 '맏형'격인 5선의 정진석 의원은 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대표의 지방선거 후 행보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우크라이나행에 대해선 청와대와 외교부가 난색을 표명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또 혁신위를 앞세운 공천개혁과 관련해선 "이율배반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하면서 "당의 내실을 다져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해 첫 공개 직설을 날린 이가 정 의원이라는 점을 놓고도 의미심장하다는 시선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잠복해 있던 이 대표와 당내 주류인 친윤 그룹 사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로 비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잠재적인 당권 주자라는 점에서 이날 공개 언급을 놓고 차기 당권 행보를 향한 워밍업이라는 해석도 있다.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석 혁신위'에 대해 "혁신위가 발족하려면 인적 구성과 아이템(의제) 등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좀 성급했다는 측면이 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저는 비공개 회의 때 혁신위를 구성할 시기가 아니고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라며 "혁신위 출범은 이미 최고위 의결을 거쳐 발표된 사항이니 아이템은 당원과 의원의 의견을 수렴해서 논의하는 게 맞고, 그 논의 내용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고 당원 뜻에 맞는지 다시 최고위에서 논의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서도 "방문 시기나 형식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라며 "앞으로 외교안보나 국방 관련 사항에 대해선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부 측과의 협의보다는 이 대표 개인의 의중이 반영된 방문이라는 점을 에둘러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윤리위가 이달 말 회의를 열고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론을 내릴 경우 이 대표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당내 비토 그룹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거취는 조기 전대 개최 여부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당내 주요 '키 플레이어'들의 정치적 셈법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이율배반적" "기차는 간다"…與 파워게임 조기 점화
이 대표 측은 내내 '성상납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 대표가 이날 자신을 향한 공개 비판 메시지에 "어차피 기차는 간다"라며 즉시 맞대응한 것도 당내 권력투쟁 과정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대표가 선거 대승이 확정된 다음날인 지난 3일 조강특위 공고를 내고 47개 당협위원장을 새로 뽑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표면적으론 선거 당선과 낙천 등으로 비어 있는 당협을 채운다는 명분이지만, 당 모세혈관 조직부터 새로 정비해 포스트 선거국면에서 '이준석 체제'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친윤그룹 등으로부터 좁혀 오는 거취압박에도 불구하고 내년 6월까지 임기를 다하겠다는 뜻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차기 총선까지 노린 포석으로 다음 전당대회에 재선 도전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진석 의원의 과거 페이스북 글을 공유한 뒤 "국회부의장님과 함께 저도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라며 "우크라이나에서 저희 일정 내내 '안드레이 니꼴라엔꼬' 국회의원이 함께해주고 계신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했으면 한다"라고 적었다.

정 의원이 4월 30일 페이스북에 안드리이 니콜라엔꼬 국회의원과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한 일을 비꼰 것이다.

이 대표와 당내 친윤그룹을 중심으로 한 이런 긴장 관계는 선거국면 이후 당내 권력 지형 변화와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 당선 후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차기 권력을 놓고 집권여당 내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정치권에선 2024년 총선 공천권과도 연결될 당권 경쟁을 당내 파워게임의 시험대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당 일각에선 당내 권력다툼의 본격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정부의 개혁 작업이 순조롭게 나가려면 당이 시끄러우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모든 언론의 관심이 대통령실이 아닌 당으로 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