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관련 기관 압수수색 등 수사 본격화…아직 결과 발표 없어
포항지진 피해지원은 마무리 단계…검찰 수사는 '소 걸음'
2017년 11월 15일 일어난 경북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사업 수행자와 관리·감독자의 업무상 과실에서 비롯됐다는 정부 소속 조사위원회 발표에도 처벌을 위한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6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지난해 7월 포항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사업 수행자와 관리·감독자가 각각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문제와 법적·제도적 미비점이 결부돼 발생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열발전사업자인 넥스지오 컨소시엄(넥스지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유발지진 감시를 위한 지진계 관리·지진 분석을 부실하게 했고, 유발지진 위험성을 보여주는 '신호등체계'를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변경했다.

이들은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위험성 분석과 안전대책 수립 등 주의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결국 포항 지진이 촉발됐다는 것이 조사위 발표였다.

당시 조사위는 지열발전사업 주관기관인 넥스지오와 참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 책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또 조사위는 관리 책임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 포항시가 지열발전사업에 의한 유발지진 가능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사업추진 과정에 대해 적절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포항지진 피해지원은 마무리 단계…검찰 수사는 '소 걸음'
앞서 2020년 4월 감사원도 '포항 지열발전 기술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포항지열발전사업 컨소시엄을 주관한 넥스지오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산업통상자원부가 '미소진동 관리방안'을 부실하게 수립·관리했다고 밝혔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2019년 3월 지열발전으로 촉발된 지진이란 정부조사연구단 발표가 나오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및 상해 혐의로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 박정훈 포항지열발전 대표,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고소했다.

포항지진과 관련해 과실을 지적하거나 고소가 이어지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2019년 11월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지층연구센터와 포항지열발전, 서울 송파구에 있는 넥스지오, 강남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4곳을 압수 수색했다.

이후 법무부 직제 개편으로 포항지진 수사를 맡은 과학기술범죄수사부가 폐지돼 서울중앙지검 형사 12부가 수사를 맡았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수사가 부진해 보이자 포항지역 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 4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포항지진을 촉발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보냈다.

이 단체는 "정부 국책사업인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유례없는 피해를 봤다"며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으로 어느 정도 피해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진상조사 결과는 미흡하고 관계자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촉발지진을 일으킨 넥스지오 컨소시엄에 대한 고발사건도 3년째 진행 중이고 국책사업 감독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공식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위법 및 부당행위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킨 지열발전 관련 책임자를 하루빨리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포항지역 사회단체와 대학 연구진이 구성한 포항지진공동연구단의 양만재 부단장은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한 지 3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은 것은 관심이 없거나 규명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포항지진 피해지원은 마무리 단계…검찰 수사는 '소 걸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