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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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저지르고, 거짓말을 하면서 콘서트를 강행한다.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수 김호중과 앞서 '버닝썬 게이트'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가수 승리의 평행 이론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호중은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지 열흘 만인 2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비공개로 출석해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사고 당일 김호중이 마신 술의 양과 술을 마시고 차를 몰게 된 경위를 집중하여 추궁하는 한편, 음주 사고를 은폐하는데 김호중이 얼마만큼 관여했는지도 파헤치고 있다.

김호중 측은 뺑소니 사고 소식이 알려진 후 그동안 "술잔을 입에 댔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탑승했다고 보도하는 건 주관적인 견해다", "대리기사는 유흥업소의 서비스다" 등의 말로 거짓 해명을 하다 더 비판받았다. 이날 경찰 조사는 그가 직접 음주 운전했다고 인정한 후 처음 진행되는 소환 조사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김호중은 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경기도의 한 호텔로 갔다가 17시간 뒤인 다음 날 오후 4시 30분께 경찰에 출석했다.

김호중에게 앞서 사고 3시간 뒤 그의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을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허위 진술을 했고, 소속사 본부장이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등 이들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김호중은 경기 고양과 경남 창원 콘서트를 강행했다. 해당 공연 평균 티켓값은 21만5000원, 각각 6000석, 5000석 규모의 좌석에서 점유율 80%로 단순 계산할 경우 티켓 판매로만 약 3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김호중에 앞서 각종 범죄 의혹이 불거진 후에도 콘서트를 강행한 사례가 있다. 버닝썬 논란으로 상습도박과 성매매처벌법(성매매·성매매알선·카메라 등 이용 촬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등 총 9개 혐의를 받아 징역 1년 6개월을 최종 선고받았던 그룹 빅뱅 출신 승리다.

승리가 연루됐던 버닝썬 게이트는 그가 사내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으로 촉발됐다. 자신의 SNS 뿐 아니라 여러 방송을 통해 "버닝썬은 내가 운영하는 클럽"이라고 밝혀 왔던 승리는 이후 버닝썬 폭행 사건이 경찰과의 유착 관계 의혹, 마약 투여 의혹, 약물(물뽕)을 이용한 성폭행 의혹으로 번지는 와중에도 자신의 단독 콘서트를 강행했다.

당시 승리는 "유명인으로서 제 한마디 한마디에 깊고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했어야 한다"며 "경솔했던 제 모습이 너무 후회스럽고 부끄럽다. 죄송하다"면서도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승리는 이후 군에 입대해 군 복무를 하며 재판받았다. 출소 후엔 양다리 의혹이 불거졌고, 해외 행사에서 지드래곤을 언급하는 모습이 올해 초 공개돼 빈축을 샀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승리는 "언젠가 지드래곤을 이곳에 데리고 오겠다"고 영어로 말했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하며 "지드래곤!"이라고 외쳤다.

출소 이후에도 각종 논란으로 승리의 근황이 알려지는 가운데 김호중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시인한 가운데에도 이달 23~24일 예정된 공연 '월드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 김호중&프리마돈나'를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주최 측은 해당 공연 예매 티켓을 수수료 없이 환불할 수 있도록 한다고 공지했다. 이미 예매를 취소한 관객에게는 수수료 전액을 돌려준다.

그런데도 콘서트를 강행하고, 포토라인에도 서지 않는 김호중의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중 앞에 진정성 있게 직접 사과할 기회를 스스로 던져 버리고 취재진을 따돌리고 지하 출입구를 통해 경찰 출석을 했다는 점에서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호중의 비공개 출석은 변호인의 요구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김호중이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후 캔맥주를 구매한 것을 두고 ‘정확한 음주 측정을 방해하기 위한 수법’이라는 의혹과 논란이 커지자 검찰이 관련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추진할 만큼 국민적인 공분도 커진 상황이다.

지난 20일 대검찰청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는 '사고 후 고의 음주'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규정을 마련해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했다. 이는 음주 측정 거부죄와 동일한 형량이다.

또한 이원석 검찰총장은 ‘운전자 바꿔치기’를 사법 방해로 규정할 것을 일선에 지시했다. 수사단계에서부터 구속 사유에, 재판 단계에서는 구형과 상소 등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라는 것이다. 김호중이 사고를 낸 직후 매니저가 경찰에 거짓으로 자백한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 총장은 "수사단계에서부터 경찰과 협력해 사법 방해에 대한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구속 사유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며 "공판단계에서는 양형의 가중요소로 구형에 반영하고 판결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소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