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웨어 품은 브로드컴, 소프트웨어 사업 확대
미국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컴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업체인 미 VM웨어를 610억달러(약 76조7000억원)에 인수한다. 올해 성사된 인수합병(M&A)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브로드컴은 VM웨어를 6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브로드컴은 주당 142.50달러에 VM웨어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날 VM웨어 종가(124.36달러) 대비 14.6% 높은 수준이다. 이번 인수는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687억달러, 약 86조3000억원)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브로드컴은 통신장비 전문 반도체업체다. TSMC, 엔비디아, 삼성, ASML에 이어 세계 5위 반도체업체로 꼽힌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2248억달러(약 283조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인력 상당수가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에 있을 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인 혹 탄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어서 친중 업체로 분류된다.

VM웨어는 지난해 11월 델에서 분사한 데이터센터용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가 주력 사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117억7000만달러(약 14조8000억원)였다.

업계에선 이번 M&A로 브로드컴이 기존 소프트웨어 영업망을 활용해 VM웨어의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사업 역량을 활용해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브로드컴은 “고객들에게 더욱 다양한 정보기술(IT) 인프라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그간 경쟁사나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2018년 3월엔 퀄컴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중 기업으로 분류되는 브로드컴을 통해 반도체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반대로 실패했다. 대신 2018년 말 소프트웨어업체인 CA테크놀로지를 189억달러(약 24조원)에, 2019년 시만텍의 보안부서를 107억달러(약 13조6000억원)에 인수해 소프트웨어 사업을 키웠다.

이번 M&A 계약엔 VM웨어가 오는 7월 5일까지 다른 인수업체를 물색할 수 있는 ‘고숍(go-shop)’ 조항이 삽입됐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마크 모어들러 애널리스트는 “다른 인프라 소프트웨어 업체나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기업이 VM웨어 인수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