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주산업 특허가 방송과 통신 분야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 제작과 발사체 등 우주산업 핵심 분야의 기술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우주 데이터 활용도를 높여 우주산업 경쟁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25일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2’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스페이스X,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이 최근 출원한 주요 특허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우주기술 전분야 특허를 출원해 왔던 NASA가 최근에는 상업적 응용이 가능한 ‘우주의료’, 우주공간 등 가혹한 조건에서 활용 가능한 ‘반도체 기술’ 관련 출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ESA는 통신·항법 관련 기술을 많이 출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우주산업 관련 특허는 방송과 통신 분야에만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짧은 기간에 우주산업 경쟁력을 높인 뉴질랜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뉴질랜드의 소형 로켓 발사업체 로켓랩은 ‘소형 재사용 로켓 분야의 스페이스X’로 불린다. 뉴질랜드 정부는 로켓랩 성장을 돕기 위해 2017년 우주공간법을 개정해 민간인 발사를 허용했다. 그는 “수년째 ‘기업하기 좋은 나라’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뉴질랜드는 로켓랩의 발사체 사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우주·위성사업부를 총괄했던 클린트 크로저는 이날 포럼에서 우주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언했다. 지난해 미국 로켓 제조 스타트업 아스트라는 AWS의 도움으로 소형 위성 설계, 소재 조달, 비용 최적화 등에서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 없이 가장 단기간 내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패널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한규남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본부장은 “우주 개발 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은 이미 위성 데이터를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로 제공해 다양한 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꼬집었다. 위성 영상을 얻는 것 자체부터 불편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비 위성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AI 기술을 응용할 빅데이터도 부족하다.

아시아 유일 AI 기반 위성관측 서비스 업체 SIA의 전태균 대표는 “해외에서는 API 링크 형태로 위성 영상을 민간에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CD로 제작해 택배로 보내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