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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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가 선거 결과와 같을 거라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영향을 미칠 뿐 그대로 되지 않습니다. 투표를 하면 이깁니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총괄선거대책위원장)는 지난 23일 당 후보 지원 유세차 찾은 부산에서 "선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딛고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최근 민주당이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고, 인천 계양을에서조차 이 후보가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다는 결과가 나오자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 중심가인 서면 거리에는 이 후보를 보기 위해 400여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지지자들은 '민영화는 안 된다' '투표하면 이긴다'를 반복해 외쳤다.

이날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추도식 후 바로 부산에서 기자와 만난 이 후보는 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향해 이어지는 각종 공격에 억울함과 격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다녀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부터 선거 관련 얘기를 들었나.

"문 전 대통령께서 많은 말씀 하시긴 했지만 내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취임 20일 만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야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도다. 주변에서도 만류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후보 본인이 출마를 원했다고 들었다.

"당의 요구가 있었다. 모두 대통령 취임 20일 뒤에 치러지는 선거니 야당이 겪는 어려움이 클 거라고 봤다. 대부분 주변인들은 '결과가 뻔한데 모른 척해라. 거리를 유지해라'라고 말했다. 직함(총괄선거대책위원장) 뿐 아니라 직접 출마는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하면 지원 유세도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 중심적으로 판단하면 그 말이 맞다. 나도 처음엔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당에 대한 책임이 있었다.

어려움에 처한 후보들에게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이 요청한다면 필요한 것은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어려워지니 '결집을 이뤄내려면 직접 출전해야 한다' '선대위 공식 직함을 맡아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공식 제기됐다. 이를 피하는 건 '비겁한 회피'라고 생각했다.

멀리 안전거리를 유지한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평소 하던 방식대로 문제를 맞닥뜨려서 해결하는 게 맞다고 봤다. '위험하지만 직면하자'는 결론으로 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왜 국회에 들어가려고 하나. 원내 진입하면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성남시를 바꾸고 경기도를 바꾼 실적 때문에 국민의 인정을 받았다. 계양을 바꾸고 인천을 바꿔서 실력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계양은 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은데 공항 등으로 제한이 있는 상태다. 계양테크노밸리도 판교테크노밸리처럼 첨단 산업 중심으로 제대로 개발돼야 한다.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계양을 판교처럼' 만들자는 것.

중장기적으로는 김포공항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내 공항은 앞으로 경제성이 없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공항에 대한 규제를 없애, 계양이 획기적으로 '제2의 강남'처럼 개발될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다.

또 대한민국 정치를 대통령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회에서 다수당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입법과 국정 감시 권한 등을 통해 민주당이 대선 때 약속했던 것들의 상당 부분을 해낼 수 있다."

▷8월 전당대회 출마 생각 있나.

"그때 가 봐야 안다. 지금은 지방선거에 집중할 때."

▷최근 인천 계양을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여론조사라는 게 잘 나오기도 했다가, 못 나오기도 했다가 그러는 것 아니겠나"

▷현실적으로 지방선거 결과를 어느정도 예상하나. 최근 '호남만 지켜도 다행'이라고 언급했는데.

"어려운 선거다. 예상은 언론이나 평론이 하면 되고, 우리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할 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 민심에 맡기겠다."

▷경기지사 여론조사도 접전이다.

"경기도는 안정적이었는데 상황이 또 변했다. 앞으로도 변할 여지가 있을 것."

▷'투표하면 이긴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민주당 결집도가 보수에 비해 낮다고 보나.

"맞다. 결집도가 떨어져 있다. 대통령이 취임을 했으니 5월 들어 상황이 나빠지는 것이야 예상됐던 일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했으니 컨벤션 효과도 당연히 있다."

▷남은 기간 판세를 뒤바꿀 만한 전략이 있는지.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아서 예측이 잘 안 맞는 경우가 많다. 한명숙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맞붙은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정세균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대결한 2016년 총선 종로 선거 등에서도 그랬다. (2010년의 경우 여론조사 상으로는 오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앞섰지만 실제 개표 결과는 불과 0.6%포인트 차이의 신승이었다.) 누가 더 많이 결집해서 투표하냐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투표하면 이긴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

▷최근 '민영화 반대'를 당 차원에서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민영화하겠다' 밝힌 적도 없는데 뜬금없는 프레임이라던데.

"(국민의힘 측은) 민영화한다고 말하고 시도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명박 정권 때도 (인천공항공사를) 민영화 안 한다 하고는 뒤로 지분 매각 추진하다 걸렸다. 철도도 SRT로 분리한 것 역시 민간 매각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대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다만 저항 때문에 못한 것.

(민영화)한다고 말은 안 하지만 그 당이 원래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당이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천공항 40% 매각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공식 발언까지 하니까 우리로선 '민영화 안 된다. 반대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럴 때 국민의힘이 해야하는 얘기는 '우리가 언제 민영화 한댔냐'며 나를 비난할 게 아니고, '민영화 안 한다'고 선언해야 정상이다. '민영화 안 한다'는 말은 정작 못한다. 말장난 하는 것일 뿐 지금 태도로 봐선 공개하지 않고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들어가면 '민영화 방지법'을 1호 법안으로 낼 생각인가.

"민영화 방지법은 꼭 만들 생각이다. 1호 주력 법안으로."
이재명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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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여성 지지자들인 이른바 ‘개딸'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젊은 여성층이 팬덤의 주축이라는 점은 정치권에서 이례적이다. 인기 비결이 뭐라고 보나.

"여성 지지율이 원래 낮았다. 지금은 여성 지지율이 남성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 그 중심에 2030 여성이 있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많이 하는데, 대선 1주일 전 즈음 갑자기 일종의 '질적 전화'를 했달까. 미워하다가 적극 지지로 바뀌었다.

이유를 살펴봤더니 '쏘리(sorry) 재명' '절박 재명' 등 단계별 변화가 있었다. 언론 등의 조작·선동에 속아서 '이재명에 대해 너무 잘못 알았다' '반대로 알았다' '악마화됐다'는 등의 반응이었다. 실제로 나는 억울한 게 많다. 각종 논란이 일었다가 흐지부지 없어져도 그 잔상은 남아 있질 않나. 마녀사냥 비슷하게 '뭔가 나쁜 사람일 거야. 근거는 없지만' 식으로.

그렇게 속아서 나를 미워하다가 선거를 거치며 그런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몇 가지 계기로 깨닫게 된 거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페미니즘 인식이 문제로 불거졌을 때 마침 내 과거 블로그 글이 재발견되며(이 후보가 2005~2010년 운영하던 블로그에 직접 썼던 글들이 대선 직전 '발굴'되며 소위 '감성 글'로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다.), '어, 이게 아니네' 극적인 반전을 했고 미안하게 생각하게 된 거다. 그냥 좋아하는 것보다 전에 미워하다가 지지로 돌아서면서 더 적극적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개딸들이 대선 이후 더 열광적 지지를 보이고 있다.

"2030 세대의 독특한 정치 문화가 새로 형성되는 것 같다. 기성세대는 형제·자매가 많지 않나. 인내, 서열, 질서부터 배웠다. 지금 2030 세대는 외딸·외아들, 많아야 둘이라 매우 주체적인 것 같다. 외부에 흔들리기보단 자기 의견 표현에 강하고, 매우 합리적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뭘 요구할 때 '규탄한다' 반대한다' 등 내거티브하게 요구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정치인들에게도 '할 수 있다'며 격려 문자를 보낸다. 작은 것이라도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꽃도 보내며 칭찬한다. 여의도 국회의원 중 일부는 지지자 문자 수백통 받고 감동해서 울었다는 사람도 있더라.

또 기성세대의 지지 양태는 온라인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2030 세대는 오프라인 행동으로까지 연결되는 차이도 있다. 새로운 정치 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개딸들이 이 후보를 통해 뭘 열망하고, 실현하고 싶어한다고 보나.

"개딸만 있는 건 아니고 개이모·개삼촌·양아들도 있다. 워낙 광범위하긴 하지만 나를 통해 '공정한 세상'을 실현하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공정'이란 화두를 윤석열 대통령이 차지하고 있지만, 과거 내 나쁜 이미지가 사실 다 가짜고 선동·조작이었다는 걸 지지자들이 알게 되면서 나를 통해 '정상적인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열망이 투영된 것 같다. 나를 '5세대 아이돌'이라 칭하던데 나름 철저한 분석을 통해 귀히 여기는 것 같다."

▷이 후보는 유독 '태도 논란'이 많았다. (아이를 밀쳤다, 벤치 신발 논란 등). 이런 논란이 잦은 이유는 뭐라고 보나.

"미안한 얘기지만 나쁜 언론 환경 때문이다. 언론이 균형을 맞춰줘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바를 쓴다. 그건 내가 원망도 안 한다. 세상이 다 그런 거니까.

'아이를 밀쳤다'는 것도 영상 자세히 보면 미는 거 아니다. 다칠까봐 그런 거지. 신발 신고 벤치에 올라갔던 것도 나중에 닦았다. 미끄러질까봐 그런 거지 일부러 쇼한 거 아니다. 영상에 다 나온다. '로봇 학대' 논란도 마찬가지다. 충격을 견디는 로봇의 능력을 확인하려고 넘어뜨려 본 것이다.

그런데 왜 나만 문제가 되느냐? 나를 타깃으로 하니까. 꼬투리 잡을 게 그것 밖에 없으니까. 돈을 받았다든지,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든지 나는 그런 게 전혀 없지 않나. 워낙 조심하기도 하고. 그런 걸로 공격이 안 되니까 사소한 걸로 트집잡는 것 같다."

▷며칠 전엔 유세 중 '계양이 소외돼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인천 발전에서 계양이 소외돼 있었다는 의미다. 계양이 원래 서울로 가는 관문이자, 인천의 중심이었다. 초기 도시 개발이 빨리 이뤄지면서 가장 발전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부 지역이 개발되면서 경제 발전 단계에서 계양이 정체돼 있다는 얘기였다.

송영길 전 의원이 그런 문제를 일부 해결해 나가던 중이었다. 계양테크노밸리 101만평 개발 사업이 확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잘 이어 받아 판교테크노밸리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할 일이다."

▷최근 성남FC와 배우자의 국고손실 혐의 등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궁극적으로 '사법 살인'을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 탄압, 보복 수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선거 때 압수수색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된다. 국민의힘 고발로 경찰이 3년 6개월 동안 자료 수집 다 하고 수사 진행했던 것이다. 성남시나 산하 공공기관, 성남FC는 자료 달라 그러면 다 준다. 그 자료 다 입수했다. 그래도 혐의점이 없으니 지난해 9월 무혐의로 처리했다. 그런 것을 이번에 뜬금없이 압수수색했다. 새로운 것도 없으면서. 압수수색 쇼 였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한마디.

"대선 경쟁했던 입장에서 지금 언급은 적절치 않다. 국정 출범하는 단계에서 뭐라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유권자 및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지난 대선에서 실망하신 분들 많다. 그러나 정치 권력은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균형이 맞아야 안정되고 그 속에서 선의의 경쟁 통해 더 나은 정치, 더 나은 세상 만들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준비된, 유능한 일꾼들에게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 대선 결과에 실망했던 분들, 투표하면 이긴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서 투표에 적극 임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부산=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