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지니어 "세포 없이 단백질 발현...바이오 신약 개발기간 획기적 단축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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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는 몸 속 단백질 제조 공장에 비유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제로 널리 쓰이는 항체치료제는 '공장(세포)'에 '주문서(DNA, RNA)'을 넣어 원하는 '의약품(단백질)'을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비상장 바이오벤처 프로지니어는 세포 밖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공장 밖에 필요한 도구들을 깔아놓고 물건을 찍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장 안에서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공정을 건너뛰고 빠르게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6개월 가량 걸리는 세포주 개발을 거치지 않아도 돼 바이오 의약품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특히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개인 맞춤형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철 프로지니어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와 만나 "무세포 단백 발현(Cell Free Protein Synthesis)은 20여년 전부터 연구돼 이론이 정립된 분야이지만 생산 효율성이 낮아 상업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RNA 구획화' 기술로 낮은 생산성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했다.
김 대표 종양내과 전문의 출신으로, 삼성 바이오 사업 원년 멤버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임상의학본부장(전무)을 지냈다. 2020년 삼성에서 나왔고, 2019년 창업한 프로지니어 대표로 작년 초 합류했다.
프로지니어가 보유한 고효율 무세포 단백질 합성 기술은 '엔젤(ANGEL) 플랫폼'에 담겨 있다. 기존에 활용되는 동물세포를 통한 단백질 발현의 순서는 이렇다. 원하는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 서열을 DNA 벡터에 넣어 세포주 안으로 주입해 키운다. 세포 안에서는 마치 제조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제품이 나오는 것처럼 DNA에서 단일가닥 형태의 RNA로, 다시 RNA에서 단백질이 뽑아져 나온다. 세포주 선별과 세포 배양 공정까지 대략 6개월여가 소요된다.
무세포 단백질 발현은 말 그대로 세포 없이 시험관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공장'에 있는 다양한 도구가 없다보니 원하는 만큼의 '제품'이 나오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RNA가 세포 밖에서는 불안정한 단일가닥 구조인 탓에 실타래처럼 엉켜버리면서 단백질을 대량 생산해내지 못했다.
김 대표는 "구아닌(G) 4개가 이어진 염기서열을 삽입해 RNA가 엉키지 않고 그물망처럼 일정 간격으로 구획화되도록 했다"며 "G4 서열로 RNA를 구획화하는 개념을 특허로 걸어놨다"고 했다.
시험관에는 단백질 발현에 필요한 세포 내 물질(용출물)을 넣어 세포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6개월여가 걸리는 단백질 발현 기간을 2주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현재 공정을 최적화하는 단계"라고 했다.
구획화로 RNA가 반복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세포 배양을 통한 단백질 발현보다 생산성이 더 좋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김 대표는 "세포 기반 단백질 발현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며 "효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바이오 의약품 개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무세포 단백 발현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한 핵심적인 이유가 낮은 생산성인데,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프로지니어는 '엔젤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단백질을 생산해보니 단백 발현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 단백 발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유방암 치료제 트라스투주맙을 생산해본 결과로는 단백 발현이 3배 늘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프로지니어는 림프종 치료제로, B세포에 발현된 CD20 항원을 표적하는 항체치료제 리툭시맙 단백질 시험 생산에서 기존 제품과의 상동성을 확인했다.
프로지니어가 특히 관심을 두는 분야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의약품 개발이다. 시간 단축과 비용 감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으로 봐서다.
김 대표는 "한 사람을 위한 치료제는 효능이 좋을 순 있어도 개발 기간과 비용이 상당하다"면서 "무세포 단백 발현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의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프로지니어는 첫 주자로 혈액암에 나타나는 BCR 돌연변이 타깃 개인 맞춤형 항암제 개발을 시도할 계획이다.
프로지니어가 가진 또 다른 플랫폼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치료제를 겨냥한 면역증강제(Adjuvant) 플랫폼 '프로롱(ProLNG)'이다. 현재 개발된 면역증강제 대부분은 비특이적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톨유사수용체(TLR)를 이용한 면역증강제가 대표적이다. GSK나 노바백스 면역증강제가 TLR을 타깃한다. TLR은 세포막, 엔도좀에 있는 단백질 수용체로, 외부 바이러스 등을 인식해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킨다.
다만 이들은 mRNA가 아닌 재조합 단백질 백신 등에 쓰이는 정도다. TLR 자극에 의해 생기는 물질(type 1 interferon)이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는 탓이다. 이는 mRNA 백신과 TLR 타깃 면역증강제를 동시 투여하면 mRNA가 항원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면서 백신의 본래 기능 막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 대표는 "mRNA 백신이 투여되면 단백질 형성까지 2~4시간이 걸리는데, 우리가 개발 중인 면역증강제는 이후 순차적으로 반응한다"며 "mRNA 백신 고유의 역할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mRNA 백신은 면역증강제가 없다"며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계기로 항암 등의 분야에 mRNA 백신 개발이 활발해진 만큼 mRNA에 쓸 면역증강제 미충족 수요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비상장 바이오벤처 프로지니어는 세포 밖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공장 밖에 필요한 도구들을 깔아놓고 물건을 찍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장 안에서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공정을 건너뛰고 빠르게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6개월 가량 걸리는 세포주 개발을 거치지 않아도 돼 바이오 의약품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특히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개인 맞춤형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철 프로지니어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와 만나 "무세포 단백 발현(Cell Free Protein Synthesis)은 20여년 전부터 연구돼 이론이 정립된 분야이지만 생산 효율성이 낮아 상업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RNA 구획화' 기술로 낮은 생산성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했다.
김 대표 종양내과 전문의 출신으로, 삼성 바이오 사업 원년 멤버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임상의학본부장(전무)을 지냈다. 2020년 삼성에서 나왔고, 2019년 창업한 프로지니어 대표로 작년 초 합류했다.
프로지니어가 보유한 고효율 무세포 단백질 합성 기술은 '엔젤(ANGEL) 플랫폼'에 담겨 있다. 기존에 활용되는 동물세포를 통한 단백질 발현의 순서는 이렇다. 원하는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 서열을 DNA 벡터에 넣어 세포주 안으로 주입해 키운다. 세포 안에서는 마치 제조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제품이 나오는 것처럼 DNA에서 단일가닥 형태의 RNA로, 다시 RNA에서 단백질이 뽑아져 나온다. 세포주 선별과 세포 배양 공정까지 대략 6개월여가 소요된다.
무세포 단백질 발현은 말 그대로 세포 없이 시험관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공장'에 있는 다양한 도구가 없다보니 원하는 만큼의 '제품'이 나오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RNA가 세포 밖에서는 불안정한 단일가닥 구조인 탓에 실타래처럼 엉켜버리면서 단백질을 대량 생산해내지 못했다.
김 대표는 "구아닌(G) 4개가 이어진 염기서열을 삽입해 RNA가 엉키지 않고 그물망처럼 일정 간격으로 구획화되도록 했다"며 "G4 서열로 RNA를 구획화하는 개념을 특허로 걸어놨다"고 했다.
시험관에는 단백질 발현에 필요한 세포 내 물질(용출물)을 넣어 세포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6개월여가 걸리는 단백질 발현 기간을 2주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현재 공정을 최적화하는 단계"라고 했다.
구획화로 RNA가 반복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세포 배양을 통한 단백질 발현보다 생산성이 더 좋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김 대표는 "세포 기반 단백질 발현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며 "효율도 높아지기 때문에 바이오 의약품 개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무세포 단백 발현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한 핵심적인 이유가 낮은 생산성인데,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프로지니어는 '엔젤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단백질을 생산해보니 단백 발현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앞으로 단백 발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유방암 치료제 트라스투주맙을 생산해본 결과로는 단백 발현이 3배 늘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프로지니어는 림프종 치료제로, B세포에 발현된 CD20 항원을 표적하는 항체치료제 리툭시맙 단백질 시험 생산에서 기존 제품과의 상동성을 확인했다.
프로지니어가 특히 관심을 두는 분야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의약품 개발이다. 시간 단축과 비용 감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으로 봐서다.
김 대표는 "한 사람을 위한 치료제는 효능이 좋을 순 있어도 개발 기간과 비용이 상당하다"면서 "무세포 단백 발현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의 유전자 돌연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프로지니어는 첫 주자로 혈액암에 나타나는 BCR 돌연변이 타깃 개인 맞춤형 항암제 개발을 시도할 계획이다.
프로지니어가 가진 또 다른 플랫폼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치료제를 겨냥한 면역증강제(Adjuvant) 플랫폼 '프로롱(ProLNG)'이다. 현재 개발된 면역증강제 대부분은 비특이적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톨유사수용체(TLR)를 이용한 면역증강제가 대표적이다. GSK나 노바백스 면역증강제가 TLR을 타깃한다. TLR은 세포막, 엔도좀에 있는 단백질 수용체로, 외부 바이러스 등을 인식해 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킨다.
다만 이들은 mRNA가 아닌 재조합 단백질 백신 등에 쓰이는 정도다. TLR 자극에 의해 생기는 물질(type 1 interferon)이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는 탓이다. 이는 mRNA 백신과 TLR 타깃 면역증강제를 동시 투여하면 mRNA가 항원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면서 백신의 본래 기능 막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 대표는 "mRNA 백신이 투여되면 단백질 형성까지 2~4시간이 걸리는데, 우리가 개발 중인 면역증강제는 이후 순차적으로 반응한다"며 "mRNA 백신 고유의 역할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mRNA 백신은 면역증강제가 없다"며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계기로 항암 등의 분야에 mRNA 백신 개발이 활발해진 만큼 mRNA에 쓸 면역증강제 미충족 수요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