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 웃을 수 만은 없네요"…상인들 걱정 토로한 이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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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늘어난 북·서촌 가보니…
"손님 늘었지만 고정 손님은 사라져"
상권 활성화에 임대료 인상 우려도
"손님 늘었지만 고정 손님은 사라져"
상권 활성화에 임대료 인상 우려도
청와대가 대통령실의 역할을 마치고 대중에게 개방되면서 서울 종로구 일대 관광객이 늘고 있다. 바쁘게 손님을 맞는 북촌과 서촌 상인들은 모처럼 웃고 있지만, 약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정부가 지난 10일 74년간 대통령실로 써온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했다. 혼선을 우려해 초기에는 예약제로 운영, 하루 3만9000명까지만 입장이 허용한다. 서울시는 청와대 개방으로 일대 방문객이 하루 평균 2만4000~4만8000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청와대를 찾는 방문객이 늘면서 북촌과 서촌도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다만 상인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삼청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모 씨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손님이 부쩍 늘었다"면서도 "지금이야 청와대 문이 처음 열렸으니 사람들이 몰리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걱정을 토로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일하는 분들이 고정적으로 왔었는데 이젠 모두 사라졌다. 거기서 오는 불안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그간 가게에 붙어있던 군인·경찰 할인 안내문을 최근 떼어냈다. 김 씨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겨가지 않았느냐"며 "옆에 청와대가 있어 점심마다 군인과 경찰 손님이 많았는데, 이젠 발길이 끊겼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관광 인파에 실제 손님은 늘었지만, 고정적으로 오던 손님이 사라졌다는 점이 더 크게 와닿는다는 것이다.
통인동 통인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도 단체 손님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김 씨는 "경비대 등에서 예약받아 커피를 수십 잔씩 만들곤 했는데, 이제 그렇게 만들 일이 없어졌다"며 "손님이 오면 커피를 두어 잔 만들고 멈추길 반복하게 됐다. 하던 습관이 있다 보니 어색하다"고 말했다.
임대료 인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관광객이 늘며 상권이 활성화되면 임대료도 덩달아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삼청동의 자영업자 배모 씨는 "관광객은 많이 오지만 그게 모두 내 손님이겠느냐"며 "손님이 늘더라도 자리는 한정됐고, 점심시간이 지나서까지 북적이는 가게는 유명한 몇 곳에 불과하다. 괜히 임대료만 더 오를까 걱정"이라고 했다. 관광객이 손님으로 이어지지 않는 갤러리의 경우 걱정이 더 많다. 삼청동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일대가 한적하고 임대료도 저렴해 자리를 잡았던 것"이라며 "인파로 북적이고 임대료까지 오른다면 결국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삼청동 1층 상가의 3.3㎡당 환산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 17만1004원으로 나타났다. 초소형 매장에도 월 171만원의 임대료가 발생하는 셈이다. 삼청동 A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만 하더라고 공실이 많았고, 임대료를 깎아 갤러리를 들인 곳이 적지 않다"며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건물주들에게서 임대료 인상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추후 업종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임대차보호법이 마련됐고 과거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경험도 있기에 급격한 임대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권이 활성화되면 매출이 늘고 임대료를 높일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라며 "재계약마다 임대료가 점진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정부가 지난 10일 74년간 대통령실로 써온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했다. 혼선을 우려해 초기에는 예약제로 운영, 하루 3만9000명까지만 입장이 허용한다. 서울시는 청와대 개방으로 일대 방문객이 하루 평균 2만4000~4만8000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청와대를 찾는 방문객이 늘면서 북촌과 서촌도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다만 상인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삼청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모 씨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손님이 부쩍 늘었다"면서도 "지금이야 청와대 문이 처음 열렸으니 사람들이 몰리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걱정을 토로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일하는 분들이 고정적으로 왔었는데 이젠 모두 사라졌다. 거기서 오는 불안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그간 가게에 붙어있던 군인·경찰 할인 안내문을 최근 떼어냈다. 김 씨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겨가지 않았느냐"며 "옆에 청와대가 있어 점심마다 군인과 경찰 손님이 많았는데, 이젠 발길이 끊겼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관광 인파에 실제 손님은 늘었지만, 고정적으로 오던 손님이 사라졌다는 점이 더 크게 와닿는다는 것이다.
통인동 통인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도 단체 손님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김 씨는 "경비대 등에서 예약받아 커피를 수십 잔씩 만들곤 했는데, 이제 그렇게 만들 일이 없어졌다"며 "손님이 오면 커피를 두어 잔 만들고 멈추길 반복하게 됐다. 하던 습관이 있다 보니 어색하다"고 말했다.
임대료 인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관광객이 늘며 상권이 활성화되면 임대료도 덩달아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삼청동의 자영업자 배모 씨는 "관광객은 많이 오지만 그게 모두 내 손님이겠느냐"며 "손님이 늘더라도 자리는 한정됐고, 점심시간이 지나서까지 북적이는 가게는 유명한 몇 곳에 불과하다. 괜히 임대료만 더 오를까 걱정"이라고 했다. 관광객이 손님으로 이어지지 않는 갤러리의 경우 걱정이 더 많다. 삼청동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일대가 한적하고 임대료도 저렴해 자리를 잡았던 것"이라며 "인파로 북적이고 임대료까지 오른다면 결국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삼청동 1층 상가의 3.3㎡당 환산 임대료는 지난해 4분기 17만1004원으로 나타났다. 초소형 매장에도 월 171만원의 임대료가 발생하는 셈이다. 삼청동 A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만 하더라고 공실이 많았고, 임대료를 깎아 갤러리를 들인 곳이 적지 않다"며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건물주들에게서 임대료 인상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추후 업종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임대차보호법이 마련됐고 과거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경험도 있기에 급격한 임대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권이 활성화되면 매출이 늘고 임대료를 높일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라며 "재계약마다 임대료가 점진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