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맞은 정치권은 극한 대치를 반복하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 처리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등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 임명 등을 놓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정권 초 정치권이 새 대통령의 행보에 협조하는 ‘허니문’ 기간은 윤석열 정부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9일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협치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 간 대치가 풀리지 않으면 윤 대통령 역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치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임기 내내 갈등과 반목의 늪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상당히 호전적·투쟁적이지만 결국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며 “재임 8년 중 6년이 여소야대인 가운데 70%의 시간을 야당 의원을 만나는 데 썼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처럼 민주당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대통령 자문기구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초빙해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직전 대통령이 의장을 맡도록 헌법 90조에 규정돼 있지만 사문화된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에 문 전 대통령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내각을 구성할 때부터는 야당 측 천거를 적극 받아들여 사실상 거국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와 비견할 만큼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야 불문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해 사실상 대연정을 해야 한다”며 “국가적 위기상황을 타개한다는 대의명분을 위해 거국내각을 구성하자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상시적으로 만나는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꾸리고, 장관은 물론 다음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회에서 추천해볼 것도 제안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5년 만에 야당으로 되돌아간 민주당의 절제와 협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표 차이가 어떻든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배했고, 자숙하며 입법 독주하지 말라는 것이 지난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라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선에서 새 정부 출범에 협조하는 것이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지금처럼 ‘자해정치’를 계속하면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참담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경목/이유정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