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자녀 의대편입·아들 병역 등 추궁하다 중도 퇴장…국힘 반발
국힘, 정호영에 "잘못" 지적도…鄭 "근거없는 의혹" 반박·사퇴요구 일축
정호영 청문회서 '아빠찬스' 공방전 끝 파행…조국사태도 소환(종합2보)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아빠 찬스' 의혹을 둘러싼 거센 공방전 끝에 파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들·딸의 의대 학사편입, 아들의 병역판정 변경 등을 문제 삼으며 정 후보자 사퇴를 압박하다 "청문회가 아닌 수사가 필요하다"며 집단퇴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검증에 실패하니 퇴장했다"며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의혹에는 정 후보자를 향해 "굉장히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반박하면서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자녀의 의대 편입 논란과 '조국 사태'를 연결 짓는 질의에는 "다른 분과 왜 비교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 민주 "기획 편입학"·국힘도 "자녀 편입 잘못"…鄭 "근거없는 의혹"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 진료처장(부원장)·원장이던 시절 딸과 아들이 각각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에 합격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작용한 부분이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강선우 의원은 "2016∼2020년 경북대의대 학사편입생 중 부모가 같은 학교 의대 교수인 경우는 정 후보자가 유일하다"면서 "편입학 전형을 진행한 의대 22곳 중 정 후보자 아들·딸 모두 경북대 의대에 합격한 특별한 우연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들이 2017학년도 경북대의대 학사편입 전형에 불합격했으나 2018학년도 신설된 지역인재 특별전형에 합격한 것을 두고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고영인 의원은 교육부 권고를 넘는 정성평가 비중, 전형 과정에서 자녀 이름 등이 사실상 공개된 상태였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위·불법 증거를 찾지 못했을 뿐, 철저하게 준비된 기획 편입학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고민정 의원은 이날 저녁 아들의 2017학년도 지원 서류를 뒤늦게 제출받았다면서 서류 확인 결과 불합격했던 2017학년도와 합격했던 2018학년도 서류가 "오탈자까지도 같은 '복붙'(복사해 붙여넣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일한 서류로 4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주관적 개입 없이는 설명이 안 된다"면서 "명백한 특혜가 밝혀진 이상 인사청문회를 하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도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후에도 "저한테 씌워진 여러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면서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루 검증' 의혹도 부인하면서 "거의 9일 정도 검증이 걸렸다.

저는 전 정부에서도 샅샅이 검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여론을 고려한 듯 정 후보자를 무작정 엄호하지는 않았다.

강기윤 의원은 "법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후보자의 자녀 두 분이 왜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느냐"면서 "굉장히 잘못됐다.

(편입 전형이 있는) 다른 21개 대학을 갔어도 됐을 텐데 왜 경북대에 갔는지 굉장히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달곤 의원도 "우리나라에는 오랫동안 상피제도가 있었다.

부끄러운 것은 피한다는 문화와 전통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 아들이 2010년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2015년 재검을 거쳐 사회복무요원(4급 보충역) 소집 대상으로 판정이 달라진 것을 두고도 민주당은 집중 검증에 나섰다.

인재근 의원은 "어떻게 척추 협착으로 병역 4급 판정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동유럽 가족여행을 갔냐"고 지적했다.

허종식 의원도 "왜 신체검사하고 군대 갈 때만 아프고 평상시는 멀쩡하냐는 말이냐"면서 "병원에서는 이런 사람을 '나이롱환자'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추간판 탈출증은 4∼6주 내 증상이 소실됐다가 재발한다"면서 "평소에는 등산도 하고 골프도 치고 많이 한다"고 해명했다.

아들의 병역판정 변경 관련 자기공명영상(MRI) 자료가 전문가 판독을 위해 이날 오후 국회에 제출됐으나 검증 방법을 놓고 여야간 다시 공방이 벌어졌다.

MRI 영상자료 제출을 계속 요구하던 민주당은 이날 제출된 자료를 검토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민주, 사퇴 압박하며 "'버리는 카드' 얘기"…'조국 사태'도 논란
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사퇴 의향을 계속 캐물으며 압박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로 윤석열 초대 내각의 첫 낙마를 끌어낸 여세를 몰아가는 모습이었다.

고영인 의원은 "정 후보자가 이렇게 버티는 이유는 협상용으로 마지막 버리는 카드로 사용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느냐"면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의 분노 지수를 더는 높이지 말고 (사퇴)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몰아붙였다.

강병원 의원은 정 후보자를 "대한민국에서 제일 핫한 분"이라고 소개한 뒤 "김인철 후보자가 우리 후보자보다 (의혹 면에서) 더 못한 것 같은데 자진 사퇴를 했다.

(정호영) 후보자는 버티고 있다.

언제쯤 사퇴할 계획이냐"고 몰아세웠다.

그는 또 정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점을 겨냥, "후보자를 믿고 검증 하루 만에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해준 우리 40년 지기 친구에게는 어떤 마음이 드느냐"고 물었다.

정 후보자는 "그렇게 제기된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정 후보자 자녀의 입시 논란과 오버랩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조국 사태'도 이날 여러 차례 거론됐다.

신현영 의원은 조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부산 의전원 입학 취소와 관련한 입장을 정 후보자에게 질의했지만 정 후보자는 "저와 관계없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신 의원과 정 후보자간 상당한 신경전이 오갔다.

반면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조 전 장관 경우는 인사청문회에서 위조 표창장과 위조 서류가 제시돼 실정법을 위반한 사례가 확실하게 파악됐기 때문에 똑같이 (규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 민주당 반발을 샀다.

정 후보자는 "잘못된 사실로 국민들의 눈높이가 맞춰졌다"는 답변을 두고 강선우 의원과도 상당 시간 언쟁을 벌였다.

강 의원은 "의원이 불편하다면 사과하겠다"고 말한 정 후보자를 향해 "말장난하자는 것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러한 일련의 공방을 지켜보던 김성주 의원은 "여성 의원들이 질문할 때는 태도가 바뀐다"면서 "우연이 아니다.

후보자가 오래전 칼럼에서 보여준 여성관이 지금 청문회장에서도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자를 성토하던 민주당은 이날 저녁 핵심 자료제출 미비와 답변태도 등을 문제 삼으며 집단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반쪽'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민주당을 성토했다.

여야는 이후 소통관으로 자리를 옮겨 맞불 기자회견을 하며 청문회 파행의 책임을 상대에게 미뤘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정 후보자 아들 논문 지도교수인 박종태 경북대 명예교수는 연락이 두절돼 민주당 측에서 동행명령장을 요청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