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대화도, 시끌벅적한 파티조차 따분한 10대 소녀 수잔. 어느날 그의 눈앞에 30대 연극 배우가 라파엘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사춘기. 처음으로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 그에게 떨리는 첫 번째 봄이 찾아온다.
영화 ‘스프링 블라썸’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 ‘스프링 블라썸’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4일 개봉하는 ‘스프링 블라썸’은 첫사랑에 빠진 10대 소녀의 설렘과 혼란.슬픔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다. 각본과 연출, 주연을 맡은 수잔 랭동은 이 데뷔작으로 2020년 제73회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 됐다.

그의 첫 장편은 과거 프랑스 명작들에서 영향을 받았다. 주인공 수잔의 방안에 걸린 포스터는 15세 소녀의 사랑 없는 결혼과 성장을 그린 ‘우리의 사랑’(1983) 속 주인공이다. 또 수잔이 라파엘과 헤드폰을 쓰고 함께 말 없이 춤을 추는 신은 ‘라붐’(1980)의 마티유(알렉산드르 스텔링)가 13세 소녀 빅(소피 마르소)에게 헤드폰을 씌워주며 로맨틱한 시간을 갖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감독 수잔 랭동은 “프랑스 영화 ‘우리의 사랑’과 ‘귀여운 반항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자신도 이런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 ‘스프링 블라썸’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 ‘스프링 블라썸’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2000년대생 감독이 만든 영화에는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특정 시대를 보여주는 요소를 배제한 채 10대 시절을 겪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 속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다양한 곡들이 나온다. 수잔이 춤을 추는 장면에는 1990년대 댄스곡 닥터 알반의 ‘싱 할렐루야(Sing Hallelujah)’가 등장하고, 국내에서 2000년대 초반 CF음악으로 쓰여 익숙한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패밀리 어페어(Family Affair)’도 그 시절을 추억하게끔 만든다. 엔딩 크레딧 곡 ‘Seize printemps(열여섯 봄)’은 수잔 랭동 감독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