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비전과 110개 국정과제, 520개 실천과제를 발표했다. 새 정부의 국정 비전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하고 국익, 실용, 공정, 상식을 국정 운영의 4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인수위는 코로나 손실보상과 기초연금·병사 월급 인상 등 대규모 재정 지출이 수반되는 10대 현금 공약 모두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대신 소요 예산을 대선 공약 때의 추정치 266조원보다 21%(57조원)가량 적은 209조원으로 줄이는 등 재정 다이어트 노력의 흔적은 남겼다. 아울러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을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신속하게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민간 주도의 경제 정책 기조와 한·미 동맹 강화 및 대북 억지력 증강 등 외교·안보 정책에서는 현 정부와 뚜렷한 차별화를 보였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국정 목표를 반영한 셈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분야별로 이상적인 정책을 끌어모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명확한 우선순위에 따른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부족한 것이다. 인수위는 국정과제 선정에 대한 시대적 소명을 거론하면서 지금을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한 도약 이후 더 이상 뛰어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가장 큰 이유로 잠재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을 들고 있다. 명확한 현실 인식은 주목된다. 하지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으로 인구 정책, 노동 개혁 등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6·1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한 점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소요 비용을 다소 줄였다고는 해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현금성 공약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국정과제에 반영한 것은 향후에라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는 위기적 상황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 대선에서 부동산 정책이 승부를 가른 최대 변수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하지만 국정과제 순위에서 경제체질 개선이나 구조 개혁보다 앞선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임기 5년 내에 110대 국정과제와 520개 실천과제를 모두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무리일 것이다. “실패한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작지만 중요한 승리를 추구하라”는 조언을 늘 가슴에 담고, 선택과 집중의 지혜를 최대한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