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3년 반 만에 최고치인 4.8% 급등했다. 지난해 10월부터 3%대로 뛰더니 지난 3월엔 4.1%로 올랐고, 이제 5%대에 돌입할 기세다. 요동치는 원자재시장, 치솟는 환율, 상승세인 인건비를 보면 오를 요인만 쌓여간다. “당분간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정부도 추가 상승을 기정사실화했다. 한국은행도 향후 물가를 예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게 전망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적극 검토 중이다.

주로 공급 쪽 이상에 기인하는 지금의 급등 물가는 물론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장기 대립 와중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속화한 글로벌 공급망 이상은 조기 정상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어제도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돈풀기를 자제하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부터 잘 구별할 필요가 있다. 물러나는 정부나 새 정부나 위기적 상황에서 할 일은 크게 다를 게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유·가스 등 에너지와 기초 식량의 원활한 수급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가격이 치솟는 판에 해외 조달의 공급에 이상이 생기고 사재기라도 빚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환율 대응도 좀 더 정교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공급처 확보만 제대로 해도 정부가 기본은 한다.

반면 가격간섭 등 직접 시장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비단 통신요금만이 아니다. 선거를 의식해 미루고 미뤄온 전력요금은 또 어떤 압박을 받고 있나.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수록 임금 인상 요구도 가중되겠지만, 최저임금 문제부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일자리 구축(驅逐)’ 등으로 서민을 더 어렵게 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같은 부작용을 지난 몇 년간 지켜보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