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과 거래가 빠르게 줄고 있다. 8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에 대비해 임대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자 4월 거래 건수는 전달 대비 30% 급감했다.

서울 전세시장 '불안'…수요 느는데 물량은 줄어
3일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이달(3일 기준) 2만5681건으로 전달(2만6764건) 대비 4.1% 감소했다. 시·도 단위로는 제주(-13.7%), 대전(-4.4%)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자치구별로는 중랑구가 16.5%로 가장 많이 줄었고, 이어 동작구(-14.5%), 광진구(-12.9%), 종로구(-12.2%), 성북구(-11.1%) 순이다.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에 따른 신규 계약을 예상한 임대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관망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자금대출 완화 영향으로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 움직임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3.7로 전주(93.5)에 비해 0.2포인트 올랐다. 지난 3월 14일부터 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2~3월 일부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재개하면서 숨통이 트인 세입자들이 월세 대신 전세 매물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감소 와중에도 전셋값은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607가구) 전용면적 84㎡는 3월 보증금 19억원 신고가에 세입자를 찾았다. 지난해 2월 같은 주택형이 16억원에 신규 계약된 데 비해 1년 새 3억원이 오른 것이다. 영등포구 신길동 ‘보라매 SK뷰’(1546가구) 전용면적 84㎡는 4월 신고가인 13억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같은 달 계약 갱신 매물이 6억6150만원에 거래된 데 비해 2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신규 계약 보증금이 크게 오르고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량은 주춤한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세 거래 건수는 지난 2월 1만1554건에서 3월 1만230건으로 꺾인 뒤 4월 7323건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 불안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신규 계약 물량이 시세 수준으로 보증금을 올려 시장에 나오면 전셋값 지표가 일제히 상승할 것”이라며 “서울은 예정된 공급이 거의 없어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