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핵심 당국자들 사이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매겨진 고율 관세를 낮추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물가 급등을 감안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에 부과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어디서 비용이 늘어나는지 확실히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핵심 관료들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자는 주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22일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하 문제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전날엔 달리프 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대부분의 관세는 어떤 전략적 목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비재가 특히 그렇다”며 관세 완화를 주장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기류가 강해진 것은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미국의 물가상승률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5% 상승하며 1981년 12월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폭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을 악화시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미국 당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채드 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키 대변인의 이번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를 더욱 높였다”며 “이 문제는 중국과의 물밑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USTR은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관세를 낮출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지난달 “관세를 없애면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레버리지를 잃는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