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공기업 구조개혁' 필요하다
지난달 29일 정부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조정의 핵심인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을 공표했다. 그러나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상향돼 이달부터 전기요금은 ㎾h당 6.9원 오른다. 당초 한전은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33.8원/㎾h 인상을 건의했다.

정부의 연료비 동결은 물가 부담 때문이다.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전기요금 동결 의사 표시가 있었으나 이제는 탈(脫)원전 철폐에 중점을 둔 정치적 언급으로 해석된다. 어쨌든 당장 추가 국민 부담은 덜게 됐다. 그러나 한전의 경영에는 부담이 클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올해 사상 최대 20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작년 한전 적자 5조9000억원대의 3배다. 이런 적자 사태는 공공재 성격의 전력 안정 공급을 위한 ‘총괄원가 보상원칙’에 크게 위배된다. 최대 20조원 적자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탈원전 정책과 신재생에너지 위주 ‘그린 뉴딜’ 정책을 견지하면서도 전력 가격 인상 억제를 통해 그 성과를 포장했다. 그러다 최근에야 탈원전 정책 일부 수정 의사를 보이면서 이제는 물가 인상 우려를 전력 가격 동결의 근거로 내세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사례다.

윤석열 정권 인수팀은 5월 이후 원전 확대 추진 기반 마련 차원에서 전기요금 인상 소지를 가능한 한 사전 제거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당장 5월부터 실행 방안이 막막한 상태다. 작년 기준 74.5%에 그친 원전 이용률을 90%대로 높이는 방안도 지금은 안 된다.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원유 등 화석연료 발전량이 전체의 60%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전 확대의 경제적 효과 창출에는 10년쯤 걸릴 것 같다. 윤석열 신정부 임기 중 불가능할 수도 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한전은 자본 50조원대 후반에 자본보다 작은 부채 규모, 그리고 100조원대를 넘는 자산(독자 회계 기준)을 가진 건실한 국민기업이었다. 그러나 국제적 회계 준칙(자회사 연결 기준)으로 보면 부채가 자본의 150% 수준에 달한다. 원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따른 발전 자회사 적자 때문이다. 더 이상 방치하면 연료비 연동제 등 어떠한 요금 조정으로도 당분간 수습이 불가능할 것 같다. 그야말로 최악의 정책 실패가 지속되는 셈이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제시되는 배전 부문 민영화, 발전 자회사 통합 등은 법적·제도적 차원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합의가 불투명하다. 유일한 해결 방안은 ‘시장형 공기업’인 한전을 민간기업과 효율성 경쟁이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합의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전 등 시장형 공기업은 총수입액 중 자체 수입액이 85% 이상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 규제는 대부분의 경우 자체 수입 100% 달성을 저해한다. 이에 비전문적인 가격 규제보다 전력 사업 효율성 국제 지표인 ‘균등화 발전원가’ 기준 흑자경영만을 시장형 공기업 경영 목표로 부과하면 된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공기업 운영위원회’ 등의 관행적 관료주의를 막아야 한다. 자체 수입 100% 달성 공기업 규제는 대폭 철폐해야 한다.

한전은 정부가 지분 51.1%를 가졌지만 동시에 민간 투자자도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이다. 미국 뉴욕증시에도 상장됐다. 이에 부당한 요금 부과, 임직원 책임 일탈 등 전기사업법 금지행위 외에는 관료주의 개입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이사회 구성에 좀 더 유념해야 한다. 지금 우리 에너지전문가집단(자칭)의 정치화, 전문성 부족 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료주의와 정치 이념까지 가세하면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 동시 유발이 필연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행복을 위한 실질 조치로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 구조개혁을 심각하게 고려하기 바란다. 누적된 병폐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이런 혁신 기회도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