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국민 피해 지켜볼 수 없다…충분한 시간 갖고 논의 필요"
전주지검 평검사들, 전국 첫 언론간담회…'검수완박' 반대 동참
전주지검 평검사들이 21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선량한 국민에게 돌아갈 피해를 지켜볼 수 없다"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 검찰청에서 검사장급 간부들이 법안에 반대하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으나 평검사들이 직접 언론과 마주해 속내를 터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주지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는 형사부 정지영(사법연수원 37기)·안미현(41기)·강재하(46기) 검사가 참석했다.

정 검사는 모두발언을 통해 "국회에 제출된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수사에 대한 직무와 권한에 대한 규정을 전부 삭제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경찰 수사 과정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해 잘못을 되돌릴 방법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기준 전국 형사사건 피의자 수는 약 240만명에 이르는데 피해자와 목격자, 그 가족까지 생각하면 매년 국민 1천만명이 형사사법 절차에 관여되는 것"이라며 "수사 절차의 근본적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는 법안을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한다면 얼마나 큰 부작용과 국민 불편이 가중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 검사는 "검사가 범죄자를 정확히 기소하고 법정에서 입증해 처벌받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며 "경찰 기록만 보고 그대로 판단하지 말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억울한 사람이 있는지 제대로 판단해달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지검 평검사들, 전국 첫 언론간담회…'검수완박' 반대 동참
검사들은 발언 이후 이어진 취재진 질문에도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던 이전 공보 방식과 판이하게 적극적으로 답했다.

검찰의 소위 '선택적 수사'나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불공정한 수사 행태에서 이번 법안이 기인했다는 지적에 안 검사는 "검찰이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 봤을 때 터무니없이 모자란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대안을 찾으려면 그 문제를 가진 기관에서 무조건 그 부분을 없애고 다른 것을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는 게 아닌데, 더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 이후 수사 부실 우려에 대해서는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이지, '사람을 왜 불렀느냐'는 말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며 "그만큼 사건에 관계된 이들은 경찰에서 올라온 서류대로가 아니라 잘못을 걸러줄 필터를 거치고 싶어하는데 이를 삭제해서 아예 못 하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억울한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사들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절대다수의 국민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인 만큼 충분한 기간을 두고 논의해 더 나은 방안을 찾아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정 검사는 "(법이 만들어지더라도) 공무원이니까 받는 돈은 똑같이 나올 텐데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언론 앞에 나와 이야기를 하느냐면 지금 아주 간단한 사건도, 어떤 것도 제대로 처리가 안 되는 시스템이 돼 버렸기 때문"이라며 "검사(역할)를 없애는 건 상관없지만, 최소한 충분히 생각해서 이야기는 하고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하며 말을 맺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