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폐허로 변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거주 지역에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REUTERS
17일(현지시간) 폐허로 변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거주 지역에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REUTERS
함락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 항복하라는 러시아군의 최후통첩을 단박에 거절했다.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빼앗길 경우 러시아군으로 전세가 기울 것을 우려하고 결사항전 의지를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은 러시아의 항복 요구를 거부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항복하지 않으면 파괴될 것"이란 경고장을 날렸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마리우폴은 아직 함락되지 않았다"며 "러시아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은 버티고 있다"고 했다.

마리우폴은 흑해 연안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마리우폴이 러시아의 수중에 넘어가면 우크라이나 전력이 상당한 손실을 안게 되는 이유다. 마리우폴이 함락되면 돈바스 지역에서 벌어질 전투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군이 50일 넘게 집중 공세를 가하면서 마리우폴 대부분은 잔해만 남은 황폐한 모습으로 변했다. 마리우폴에 남은 주민들은 식수와 전력난을 겪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6일 연설에서 "마리우폴의 상황이 비인도적"이라며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추가 협상을 러시아에 촉구했다.

돈바스 지역의 격전도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잇단 고배를 마시자 병력을 돈바스로 돌리며 대전투를 예고했다. WSJ는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대전투를 위해 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낼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돈바스 대전투로 이번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WSJ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한다면 다시 서쪽으로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키이우에 대한 재공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