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강릉시자율방재단', 10개 전문팀에 250명 참여…작년 529회 활동
[#나눔동행] 재난재해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 동네 홍길동'
강원 강릉에는 산불과 수해 등 각종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현장에 '짠'하고 나타나는 홍길동 같은 사람들이 있다.

2006년 6월 순수 민간단체로 설립된 강릉시자율방재단(이하 방재단)이다.

방재단은 단장과 부단장, 사무국장, 10개 전문팀 등 250명의 전문단원으로 이뤄져 있다.

단원들은 아마추어무선, 드론, 스쿠버, 사진, 동영상, 산악훈련 등 각 분야 자격증까지 고루 갖췄다.

이들은 드론을 운용하는 정보기술(IT) 전문팀, 각종 장비를 운용하는 건설장비 전문팀, 구호·산악·예찰·응급의료·재난통신·해양 전문팀 등에서 활동한다.

방재단은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관련 전문팀을 현장에 투입, 방재 및 봉사활동에 나서 효율성을 높인다.

[#나눔동행] 재난재해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 동네 홍길동'
지난 3월 5일 오전 1시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거센 바람을 타고 동해시로 확산할 당시에도 방재단은 옥계에 즉각 투입됐다.

3년 전 이 지역에서 일어난 산불 당시에도 투입됐던 방재단 단원들은 흙수골 현장으로 달렸다.

거센 불길이 산등성이에서 민가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마을 안쪽 마지막 집부터 인적을 확인하던 중 한집에서 어르신 두 분이 산불이 난 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급히 잠을 깨워 차량으로 피신시키고 내려오던 중 또 다른 할머니 한 분도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다음 날 이 할머니 집은 안타깝게 전소됐으나 할머니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방재단은 코로나19 방역에 사용했던 물탱크와 고압 살수 분무기로 흙수골 입구 마을에서 산불 진화를 돕기도 했다.

방재단은 변변한 방화복 없이 거센 바람과 심한 연무 속에서 며칠 동안 산불 현장에서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나눔동행] 재난재해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 동네 홍길동'
방재단은 작년 12월 25일 강릉에 50㎝가 넘는 폭설이 내렸을 때도 동별로 제설작업과 염화칼슘 살포 작업을 벌여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을 도왔다.

정동진과 사천 등에서 실종자가 발생했을 때는 드론을 이용해 구조와 수색 작업을 돕기도 했다.

겨울철을 앞두고는 급경사지에 모래주머니를 설치하고, 피서철에는 경포해수욕장 등에서 물놀이 안전 드론 방송을 했다.

태풍 발생을 앞두고는 산사태 등 위험지역 예찰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틈날 때면 관광객이 많거나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 등에서 차량 또는 등짐 분무기 등을 이용해 적극적인 코로나19 방역 활동을 벌였다.

이렇게 작년에만 무려 574차례에 연인원 2천977명이 방재 활동에 참여했다.

2020년에도 코로나19 방역 및 각종 재난 안전, 해변 실종자 수색 등 296차례에 연인원 3천599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방재단이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약간의 예산, 장비 지원 등을 받지만 단원들이 생업을 뒤로한 채 악조건도 마다하지 않고 방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사명감 때문이다.

[#나눔동행] 재난재해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 동네 홍길동'
몇 해 전 강릉 성산면에서 대형산불이 발생, 한 요양원 뒷산까지 번졌을 때 방재단은 한밤중 어르신들을 인근 노인회관으로 안전하게 모셨다.

이후 어르신은 물론 가족들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듣고는 힘든 것은 생각나지 않고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 단원은 전했다.

임종호 강릉시자율방재단장은 "강릉은 대형산불, 수해 등 각종 재난재해가 잦아 전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그래서 끊임없이 관련 교육을 하는 등 전문성을 갖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눔동행] 재난재해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 동네 홍길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