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갈등이 심화되며 공사가 중단됐다. 사진=뉴스1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갈등이 심화되며 공사가 중단됐다. 사진=뉴스1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과거 총회에서 통과한 공사비 계약을 취소하는 안건을 16일 통과시켰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이날 열린 총회에서 합원 4822명(서면결의 4575명) 중 4558명의 찬성표를 받아 지난 2019년 12월 임시총회에서 가결한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을 취소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현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의 갈등 원인인 2020년 6월 5600억원가량의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해 조합원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표명한 셈이다.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으로 구성된 시공단은 지난 15일부터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다.

착공 2년이 넘어 공정률이 52%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사가 멈춘 초유의 사태다. 둔촌주공 전(前) 조합장은 자재 고급화와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2019년 12월 조합원 임시총회를 거쳐 이듬해인 2020년 6월 시공단과 공사비를 2조6천708억원에서 3조2천294억원으로 늘리는 계약을 맺었다.

다만 새 조합 집행부는 당시 조합장이 해임되는 등 시공단과 이전 조합이 맺은 계약은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시공단은 당시 공사 계약 변경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고, 시공단은 전날 9시부로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외상 공사를 더는 할 수 없다며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시공단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2019년 12월7일 조합 임시총회에서 '공사계약 변경의 건'이 가결됨에 따라 2020년 6월 25일 조합과 당 시공사업단은 공사도급변경계약을 정상적으로 체결했다"며 "현재 이를 근거로 1만2032가구(상가포함) 공사를 하고 있지만, 조합은 공사의 근거가 되는 위 공사도급변경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 이상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 공사계약 변경에 대한 과거 총회 의결이 무효가 되면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공사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시공사업단과 조합원 모두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된다.

조합의 태도도 강경하다. 조합은 지난달 21일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중단에 대해서는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계약 해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