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생산공장 직원들이 중대형 SUV 팰리세이드 차량을 검수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차 생산공장 직원들이 중대형 SUV 팰리세이드 차량을 검수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제공.
증권가가 올 1분기 현대차에 대해 다소 암울한 실적 전망을 내놨다. 부품 공급망 불안 장기화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겹치면서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는 1조65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566억원)과 비교해 0.09%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기간 매출액은 10.3% 증가한 30조2188억원으로 전망됐다.

현대차는 평균 차량 가격이 높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나 제네시스, 친환경차 등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매출은 늘겠지만 전체 생산 감소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현대차는 올 1분기 국내 15만2098대, 해외 74만9815대 등 모두 90만1913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8%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중국 도시 봉쇄 등으로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 조달 문제까지 겹치며 생산 차질이 커졌다는 분석.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 각 부분에 전자장치들을 연결하는 전선으로, 쉽게 말해 '배선 뭉치'를 뜻한다. 주로 중국 공장에서 수입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국 일부 도시가 봉쇄되면서 지난달초부터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부품 재고 현황에 맞춰 일부 컨베이어벨트를 빈 상태로 돌리는 이른바 '공피치' 방식으로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인기 차종을 받으려면 소비자들은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아이오닉5, 제네시스 GV60, GV70 전동화 모델 등은 12개월 이상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V80, 아반떼 하이브리드도 11개월 이상 걸린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그랜저도 6개월 정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셧다운(영업중단)에 들어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러시아법인의 지난달 출하 대수는 3708대로 전년 동월(2만2032대)과 비교해 83.2% 급감했다.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지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공장 운영에 차질이 발생해 현재까지 재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신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현상 유지된 데다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 중국발(發)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차질까지 가세하면서 차량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했다"며 "올 1분기까지도 코로나19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인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