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과반을 차지한 ‘절대강자’가 있다. 덴마크 1위 제약사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보노디스크다. 지난해 출시한 새 비만약이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미국 월스트리트 주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4월 7일 67.89달러였던 이 회사 주가는 1년 만인 5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114.81달러로 69% 올랐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316조원(약 2590억달러)에 달한다.

투약 횟수 '하루 1회→주 1회로'…노보노디스크 비만약 1위 굳힌다
노보노디스크는 2015년 출시한 비만 치료제 ‘삭센다’로만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삭센다는 2019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56%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삭센다는 지난해 4분기까지 13분기 연속 비만약 매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삭센다를 온라인에서 되파는 불법 거래가 문제가 됐을 정도로 제품 인기가 뜨겁다.

이 회사는 편의성과 약효 모두를 개선한 새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지난해 6월 선보였다. 삭센다는 하루 한 번 주사하지만 이 약은 1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된다. 체중 감량 효과도 전체 체중의 15~20% 정도로 삭센다(5%)에 비해 3배 이상 뛰어나다. 이 때문에 4주간 투여 가격이 삭센다(150달러)의 10배(1350달러)에 달함에도 출시 3개월 만에 삭센다의 주간 처방 건수를 뛰어넘었다. 뜨거운 시장 반응에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품귀 현상까지 일어났다.

노보노디스크는 2025년이면 삭센다와 위고비를 아우른 비만 치료제 연 매출이 37억1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내놨던 전망치(22억달러)를 69% 웃도는 수치다. 2023년까지 생산시설을 계속 확장하는 만큼 연내 재고 부족 현상도 해결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제프 미샴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2023년이면 위고비 매출이 8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는 위고비가 투약 편의성을 무기 삼아 비만 치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에마뉘엘 파파다키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비만을 바라보는 관점이 생활습관 문제에서 의학적인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며 “의료적인 접근법으로 비만을 치료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달 투자자 발표회에서 “미국 내 위고비 투약자의 75%가 비만 치료제를 처음 접하는 환자였다”고 밝혔다. 수술이나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치료법에 두려움을 느낀 환자들이 위고비를 대안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0%가 비만 환자인 만큼 시장 확장 여력도 충분하다.

향후 보험 적용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노인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 비만 치료제를 적용시키기 위해 로비스트들이 규제기관 설득에 나서고 있다. 미국 임상경제검토연구소가 올 9월 내놓을 비만 치료법 효능 평가 결과가 보험 적용 확대 여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기적으론 경쟁 제품 등장이라는 악재가 있다. 미국 일라이릴리는 당뇨병 치료제인 티르제파티드를 비만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올 2분기 중 체중 감소 분석 결과가 나오면 올해 말 미국에서 품목 허가 승인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티르제파티드는 지난해 당뇨병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8~13%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