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화수림·산불 예방 숲 가꾸기·이격된 안전 공간 조성 필요"
'유례없는 가뭄' 기후위기 대응 산불진화 매뉴얼·예산 확보 절실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과 동해 등 동해안을 휩쓴 산불은 역대 최장기간, 최대면적 피해를 남겼다.

[동해안산불 한달] ⑧ 갈수록 대형화·반복하는 산불 막으려면
전문가들은 매년 산불 규모가 커지는 추세에 맞춰 내화수림(활엽수림)대와 안전 공간 조성, 산불예방을 위한 숲가꾸기, 기후위기 대응 산불 진화 매뉴얼 구축 등 산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진화 이전 우선 예방'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동해안산불 한달] ⑧ 갈수록 대형화·반복하는 산불 막으려면
◇ "불에 강한 수종 조림하고 산림 인접 시설물과 안전 공간 확보해야"
산림 전문가들이 말하는 내화수림대는 소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 단순림과 주택 등 생활권 주변 산림, 산불 피해지 등에 불에 강한 수종을 조림하는 것이다.

2019년 동해안 5개 시·군과 2020년 울주·안동·고성의 산불 피해를 계기로 침엽수 단순림을 활엽수 등 혼효림으로 유도해 띠나 격자 모양으로 숲을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동해안산불 한달] ⑧ 갈수록 대형화·반복하는 산불 막으려면
영동지역의 경우 대부분 서쪽에서 발생해 해안가로 확산하고, 수관화(樹冠火)가 6부 능선 위 소나무림 사면에서 발생해 바람을 타고 불똥이 날아가는 '비화(飛火)'를 양산하는 특성을 고려해 내화수림대 조성 대상지를 고려한다.

수관화는 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워 비화하는 불길이다.

실제로 2019년 고성지역 산불 피해지에 폭 40m, 길이 40m로 조성한 내화수림이 수관화 현상을 줄여 주변 시설물 4동은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수종에는 굴참나무를 비롯해 황벽나무, 동백나무 등 내화력이 강한 나무가 선정되지만, 사유림의 경우 산주 의견을 반영해 소득에 도움이 되는 수종을 병행해 조림한다.

또 지역 특성에 맞거나 수피 두께, 수분 함유 수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동해안산불 한달] ⑧ 갈수록 대형화·반복하는 산불 막으려면
강원석 산림과학원 박사는 "동해안 일대는 산불이 빠르게 번지거나 양간지풍(봄철 동해안 국지적 강풍)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의 숲은 어떤 지형인지, 기후적인 특징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내화수림을 심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특히 산림과 인접한 주택과 문화재 등 시설물 등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완충지대가 있는 안전 공간 조성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표적인 것이 숲 가꾸기로, 나무 사이 간격을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나무를 없애는 솎아베기를 비롯해 가지치기, 산물 수집 등으로 안전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동해안산불 한달] ⑧ 갈수록 대형화·반복하는 산불 막으려면
솎아베기를 통해서는 벌채나 목재를 생산하고자 평균적으로 4∼5m 간격을 두기도 하지만, 6∼7m까지 이격하는 방식이 시도된다.

수관화로 진행되던 산불이 산림 바닥 낙엽 또는 토양층을 태우고 지나는 지표화(地表火)로 축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용 산림과학원 박사는 "산불 피해 예방과 목재 생산 등 목적에 맞게 숲 가꾸기를 병행하는 등 대비적인 측면에서 산림을 다양한 각도에서 가꿔주고, 이격된 안전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진화 매뉴얼·예산 확보·인력 장비 확충 절실
환경단체는 울진과 삼척 산불이 커진 원인 중 하나로 유례없는 겨울 가뭄으로 인한 건조한 날씨를 꼽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철 강수량은 평년(1991∼2020년) 겨울철 강수량(89㎜)의 14.7%인 13.3㎜에 그쳤다.

이는 1973년 이후 최저 겨울철 강수량으로 역대 일곱 번째로 강수량이 적었던 2020년 겨울철(47.8㎜)보다도 34.5㎜나 적었다.

[동해안산불 한달] ⑧ 갈수록 대형화·반복하는 산불 막으려면
녹색연합은 산불의 진행 속도와 전개 양상을 보면 건조한 기후가 산불 대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면서 기후 위기 상황에 맞는 산불 진화 매뉴얼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앞으로 대형산불이 더 자주, 강도 높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산불 예방 예산을 대폭 늘려 인력과 장비를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은 "2020년 산림청에서 산불 예방 명목으로 지출한 예산은 약 2천5억 원으로, 전체 예산 중 6.71%에 불과하다"며 "산불 예방 관련 예산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대를 유지하다가 2017년 산림재해 일자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6%대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 위기로 대형산불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며, 그에 따른 산불예산의 대대적인 재편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해안산불 한달] ⑧ 갈수록 대형화·반복하는 산불 막으려면
이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 호주,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산불 예산의 절반 이상을 계획 및 예방, 준비에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녹색연합은 최근 빈번해지는 고산지역 산불 진화를 위한 매뉴얼과 지상 진화의 역량 강화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헬기부터 산불 진화 차량, 진화 조직과 인력의 접근 및 전개까지 새로운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논의되는 대형헬기 도입도 중요하지만, 이번 산불에 효과를 본 인공담수지를 더 확보하고, 여기까지 가는 진입로를 확보하는 등 일상화되는 산불을 줄이고,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동해안산불 한달] ⑧ 갈수록 대형화·반복하는 산불 막으려면
산림청 관계자는 "대형산불을 예방하고자 최근 여러 차례 지자체와 전문가, 지역주민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산불 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