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주춤하면서 지난달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오는 7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단지가 나올 것으로 보여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 한경DB
올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주춤하면서 지난달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오는 7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단지가 나올 것으로 보여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 한경DB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임대차 3법 폐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한 데는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중 가격 형성 등으로 혼란을 거듭해온 전·월세 시장에 자칫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고민 때문이다. 법 도입 2년째가 되는 하반기께 시장 상황 등을 지켜본 뒤 전·월세상한 비율 완화 등 구체적인 개선안이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갱신청구권 우선 손질…시장혼란 우려에 임대차 3법 단계 손질 가닥
임대차 3법은 △2년의 임차 계약 후 1회에 한해 추가 2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증액 상한을 이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 △계약 30일 이내 관련 정보를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신고제’를 말한다.

시장에선 새 정부가 당장 3법 모두를 폐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해선 장기적으로 ‘2+2’ 구조인 현행 제도를 폐지하고 전세 기간 자체를 3년으로 늘리는 개선안 등이 거론된다. 상한제는 아예 없애는 방안과 상한율을 5%보다 높게 설정하는 개정안 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제의 경우 순기능도 상당한 만큼 폐지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인수위는 이와 별도로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단기적으로 집주인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발적으로 장기 계약을 유도하는 등의 보완 방안을 먼저 추진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도 올해부터 계약갱신 여부와 상관없이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하는 집주인에 대해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인 2년 실거주 의무를 배제해주는 ‘상생 임대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폐지된 민간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부분 부활시켜 전세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새 정부가 섣부르게 제도 개편에 나서기 어려운 데는 정책 변경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 발생, 정책 신뢰도 하락과 함께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임대차 3법은 임차인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와 달리 전세가 급등과 전세의 월세화 등 각종 부작용을 낳으며 초반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2019년 3% 미만의 상승률을 보이며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던 서울 전셋값은 최근 2년간 23.8% 폭등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6458만원이었지만 지난달 6억3362만원으로 1억7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체 1만6735건 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거래는 6446건으로 38.5%를 차지했다. 지난해 1월 이 비율은 34.0%였다.

올 들어 전세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됐지만 임대차 3법 시행 2년이 도래하는 하반기에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년간 임대료를 높여 받지 못했던 임대인들이 신규 계약에 대해 가격을 크게 올려 받으려고 할 가능성이 커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을 개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단계적 폐지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행한 지 3년차인 법의 일부를 환원해 버리면 정책 신뢰성이 떨어지고 선의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며 “전세시장도 지역에 따라 온도차가 커 임대차 3법에 예민한 지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기 때문에 지역 특성을 고려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