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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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정보기술(IT) 업계 연봉이 치솟고 있다. 카카오 임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네이버,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도 연봉이 크게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연봉 인상 경쟁이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봉 줄줄이 뛴 IT업계

치솟는 IT업계 연봉…카카오, 삼성 제쳤다
카카오는 2021년 임직원 1인당 1억7200만원의 평균 급여액을 지급했다고 28일 밝혔다. 전년보다 59.3% 올랐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에게 평균 급여 1억4400만원을 지급했다. SK하이닉스는 1억1500만원, LG화학은 1억300만원, 현대자동차는 9600만원이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연봉 상승 효과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신정환 부사장이다. 최고기술경영자(CTO)인 신 부사장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얻은 121억6800만원을 합쳐 지난해 총 128억7400만원을 벌어들였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46억7000만원, 여민수 공동대표는 26억6100만원을 수령했다.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급여 5억300만원을 포함해 총 10억400만원을 받았다.

경쟁사 네이버의 연봉도 크게 상승했다.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2915만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26% 올랐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해 급여 12억원, 상여 15억7000만원 등 총 27억7900만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급여 10억8500만원, 상여 5억60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억3600만원 등 총 17억8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게임사들의 연봉도 급격히 높아졌다. 게임업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 상승률을 보인 기업은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2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21.1% 올랐다. 김창한 대표는 지난해 20억6500만원을 수령했다. 크래프톤은 “임원으로서 수행하는 역할, 업무의 성격, 수행 결과 등을 고려해 보수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엔씨소프트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약 1억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급여 1억550만원이었다.

게임업계서 가장 화제를 모은 건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공동 대표다. 지난해 34만 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하며 급여와 상여를 포함해 총 488억81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로 6억1700만원, 상여 8억원을 수령했고 스톡옵션 행사로 474억6400만원을 받았다. 이지훈 데브시스터즈 공동대표는 지난해 급여로 11억9200만원, 상여18억4000만원을 받았다. 주식매수선택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기업 부담은 가중

올해도 IT업계 연봉 상승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사내 게시판에 연봉 협상 재원을 전년 대비 15%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카카오 임직원 연봉 평균 증가율은 두 자릿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16일 전 임직원과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행사에서 “올해 구성원 연봉을 1000만원씩 올리겠다”고 밝혔다.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게 아니라 전 직원 일괄 인상 방식이다. 카카오뱅크 노사도 지난해 11월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에 합의했다.

카카오의 연봉 인상 레이스는 맞수 네이버를 자극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서로 연봉 인상 경쟁을 이어왔다. 카카오 1인당 평균 급여는 2018년 8413만원에서 2020년 1억800만원으로 뛰었다. 네이버 1인당 평균 급여는 2018년 7707만원, 2020년 1억248만원으로 집계됐다.

IT업계 연봉 전쟁은 개발자 유치 경쟁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디지털 경제 활동이 증가하고, 기존 전통 산업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개발자 수요가 폭발했다. 넷마블, 넥슨, 크래프톤 등이 한 번에 연봉을 1000만원 안팎씩 올린 것을 시작으로 IT업계 전체가 연봉을 줄줄이 올렸다. IT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개발자를 앞다퉈 끌어들이면서 개발자가 매우 부족해진 상황”이라며 “고액 연봉으로 이들을 붙잡기 위해 IT 기업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영업이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 카카오와 네이버 두 회사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영업비용이 5조5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늘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 영업비용은 5조4921억원으로 34.3% 증가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