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어제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자칫 정치적 소모전으로 흐를 수 있는 논란을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의도다. ‘대통령 공약 1호’처럼 비치며 여러 오해와 억측이 난무한 점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인수위원회에 주어진 50여 일은 새 정부 국정 구상에 집중하는 데도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무엇보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의 필요성을 분명히 밝힌 점이 주목된다. 그는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안팎 우려에 대해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급한 민생 현안을 제쳐놓고 큰돈을 낭비한다는 비판도, 이전을 통해 국민 소통과 행정 효율 등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현 여권에서 “많게는 1조원가량 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윤 당선인이 밝힌 기획재정부 추산 496억원의 정확한 내역과 추진 과정을 소상히 밝히면 된다. 한미연합사가 이미 경기 평택으로 이전해 국방부가 인근 합참청사로 옮겨도 안보 공백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오히려 더 강화되는 듯한 제왕적 대통령 권력과 이에 기반한 신(新)권위주의는 이제 청산돼야 할 시대적 요구에 직면했다. 청와대가 만기친람하는 소위 ‘청와대 정부’라는 문제도 ‘구중궁궐’ 속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정을 담당해본 공직자라면 “공간이 업무와 일을 좌우한다”는 윤 당선인의 비유에 공감할 것이다.

윤 당선인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린 만큼, 더 이상 이 문제는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용산의 새 집무실에서 진정한 소통과 탈권위를 어떻게 실천할지 국민 모두가 지켜보고, 미흡하면 얼마든지 비판하면 된다. 이런 점에서 여권은 국방부 청사 활용을 “국방부 선제타격”이라고 힐난하고, 청사 내 민간인 매점운영권 등 부차적 문제를 부각시키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새 정부 발목잡기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무정부 상태에 빠진 코로나 방역, 자영업자 피해 지원,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제안보 대응 등 산적한 현안에 집중해야 할 때다. 윤 당선인도 청와대를 옮길 때의 초심(初心)을 임기 마지막 날까지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오는 5월 10일 취임식 직후 용산 집무실 출근과 기존 청와대 시민 개방이 상징적 장면이 되겠지만, 그 수준에 멈춰선 안 된다.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소통은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