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 "공시가격 2020년으로", 민주당도 "올해 보유세 2020년 환원"
정부, 23일 공시가·보유세 인하안 공개…인수위·여당 협의가 변수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보다 2020년 공시가 적용 효과적…작년수준 동결 가능성도

정부가 오는 23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하는 가운데 1주택자의 보유세 인하 방안을 놓고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1주택자에 대해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에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유세를 작년 수준으로 동결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적용 여부가 변수로 떠오른데다 지난 18일에는 여당인 민주당까지 나서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사안이 복잡하게 꼬이는 양상이다.

정부는 일단 23일 공시가격 공개와 함께 보유세를 작년 수준으로 낮추는 인하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말과 주초 정부와 여당,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협의 결과에 따라 발표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1주택자 보유세 2년 전으로 회귀하나…방법과 세금 인하 효과는
◇ 보유세 2년 전으로 환원시 공정가액비율 인하보다 2020년 공시가 적용이 효과적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전반적인 보유세 개편과 함께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부동산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유세 인하를 위해 2020년 공시가격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이는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과의 협의가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시행령 개정 사항인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방식을 현실적인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그동안 당정은 올해 재산세, 종부세 과표 산정 시 2021년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과표 통계를 검토했지만, 보유세 부담이 대폭 증가하기 전인 2020년 시점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방법론에 대해서는 "당선인의 공약인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면서 보유세 세부담 상한을 하향하거나 연도별 보유세 증가율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예로 들었다.

윤 당선인과 여당 모두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큰 틀은 같지만, 이행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세무 전문가들은 올해 보유세를 2년 전으로 되돌리려면 과표 통계에 2020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연합뉴스는 20일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서울시내 주요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1주택자, 종부세 비공제 대상) 시뮬레이션을 했다.

일단 올해 보유세 과표에 2020년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올해 100%로 높아지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작년 수준인 95%로 동결하면 단지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보유세가 2020년과 근접해지면서 작년보다 보유세가 20∼30% 이상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세 부과 대상인 서울 광진구 광장현대 전용 84㎡의 경우 올해 보유세에 2020년 공시가격(8억5천300만원)을 적용하면 올해 예상 보유세(재산세)가 241만7천원으로, 2020년(약 240만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유세가 줄었다.

지난해 보유세(305만8천원)에 비해선 21% 가까이 감소한 수준이다.

또 성동구 왕십리 텐즈힐 전용 84㎡는 2020년 공시가격(9억1천만원) 적용시 올해 재산세가 263만원 선으로 2020년(255만원)에 근접하고, 작년(326만원)보다는 19.3% 줄었다.

1주택자 보유세 2년 전으로 회귀하나…방법과 세금 인하 효과는
종부세 대상인 서초구 반포 자이 전용 84㎡는 2020년 공시가격(20억3천700만원) 적용시 올해 보유세가 1천219만원으로 2020년(1천106만원)보다 10%가량 많고,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2㎡(2020년 공시가 16억5천만원)는 올해 보유세가 885만원으로 2020년 보유세(838만원)보다 약간 늘지만 지난해 보유세(1천653만원, 1천82만원) 보다는 각각 26.2%, 18.2% 감소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크게 조정해 과표를 낮출 수도 있다.

올해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재산세 60%, 종부세 100%인데 시행령 개정만으로 재산세는 40∼80%(주택 기준)까지, 종부세는 60∼100%까지 조정할 수 있다.

만약 공시가격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하한선(재산세 40%, 종부세 60%)까지 낮추면 2020년 보유세와 유사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경우 올해 보유세에 작년 공시가격(12억6천300만원)을 적용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하한선까지 낮추면 올해 보유세가 315만원으로 2020년(343만원)보다 약간 낮아지고, 지난해(437만원)보다는 28%가량 감소한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올해 보유세에 작년 공시가격(23억7천만원)을 적용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최저로 낮추면 올해 보유세가 1천96만원으로 2020년(1천18만원)보다는 7.7% 늘지만 작년 보유세(1천812만원)보다는 39.5%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공시가격을 올해 발표되는 금액을 그대로 적용하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하한까지 낮추더라도 온전히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이 작년(19.05%)보다 다소 낮다고 해도 예년보다는 높은 수준의 상승이 불가피한 데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경기도와 인천은 작년보다 높은 30%에 육박하는 상승률이 예고돼 있어서다.

이에 비해 공시가격을 2020년으로 환원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하한선으로 낮춘다면 올해 보유세가 2020년보다도 20∼35%가량 더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1주택자 보유세 2년 전으로 회귀하나…방법과 세금 인하 효과는
◇ 인수위·여당 이견 조율 관건…정부 23일 발표한다지만 늦어질수도
정부는 일단 23일 공시가격 발표(24일부터 열람)와 함께 보유세 인하 방안도 동시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수위, 여당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공시가격만 먼저 발표하고 보유세 인하 방안은 확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수위가 지난 18일 출범한 상황에서 늦어도 22일까지는 최종안 협의를 마쳐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만약 인수위와 여당이 올해 보유세 인하안을 놓고 견해차를 보이면 최종안 확정까지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부동산공시법에 따라 4월 말에는 확정 공시돼야 하는데 의견청취 기간과 조정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최소 24일에는 열람이 시작돼야 한다.

이에 비해 보유세 인하 방안은 6월 하순 재산세 고지서가 발급되기 전까지 법·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면 올해 보유세에 인하안을 적용할 수 있어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해 올해 보유세는 당초 약속대로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되 내년 이후부터 2020년 수준으로 보유세를 낮출 가능성도 적지 않다.

1주택자 보유세 2년 전으로 회귀하나…방법과 세금 인하 효과는
전문가들은 앞으로 보유세 개편이 국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본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공약을 통해 장기적으로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부세를 통합하고, 1주택자의 종부세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에는 현재 150∼300%인 종부세 세부담 상한을 50∼200%로 낮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모두 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 절대 다수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을 설득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보유세 인하 방안은 당초대로 20201년 수준이든, 2020년 수준이든 서둘러 결정해서 납세자들이 보유세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내년 이후 장기적인 보유세 인하 문제에 대해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 조절을 포함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