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변한 마리우폴…미콜라이우서 버티는 우크라
마리우폴서 피란길 열린 14일부터 2만명 대피…잔류주민 여전히 다수
"러, 협상서 유리한 고지 점하려 공세 강화" 해석도
[우크라 침공] 평화협상 중에도 폭격 퍼붓는 러시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4차 평화협상이 사흘째 이어지는 중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도시 공략을 강화하며 폭격을 퍼붓고 있다.

아조프해에 면한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벌써 16일째 포위된 채 집중 포격을 당하면서 거의 폐허로 변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 오데사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미콜라이우에서도 교전 강도를 높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취재진을 만난 마리우폴 피란민들은 도시 내부 상황이 견딜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러시아군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에 장악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에 2주 넘게 무차별 포격을 가해왔다.

CNN은 사실상 마리우폴 전역이 전장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지방 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의 중환자 전담 병원을 장악해 일반 시민과 의료진, 환자들을 몰아넣고 인간방패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 침공] 평화협상 중에도 폭격 퍼붓는 러시아
민간 위성업체 등이 촬영해 공개한 현지 위성사진은 파괴된 병원과 불길이 솟아오르는 주택가 등의 처참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마리우폴 내 영안실이 일찌감치 수용 한도를 넘었고, 시신을 집단매장하거나 파편 아래 혹은 거리에 방치하는 경우도 생겨났다고 보도했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시내에 대한 전기와 난방 등의 공급을 차단했고, 14일 주민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가 열린 뒤에도 식수·식량·의약품 등의 물품 반입은 여전히 막고 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에 포위된 이달 1일부터 14일 사이 2천500여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무산된 끝에 14일에야 처음으로 '인도적 통로'가 열려 2만여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해당 통로의 안전이 공식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마리우폴을 빠져나온 주민 리디아(34)는 "피란 중 비행기가 우리 위로 매우 낮게 날아다녀 여러번 멈춰서 아이들을 숨겨야 했다"면서 "도시 안에 더는 머무는 게 불가능하다.

마리우폴은 지옥"이라고 말했다.

[우크라 침공] 평화협상 중에도 폭격 퍼붓는 러시아
그러나 현재까지 대피에 성공한 이들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마리우폴에는 여전히 35만명에 이르는 주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민간인 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리우폴을 봉쇄한 채 이처럼 집요하게 포격을 가하는 데 대해 일각에선 현재 진행 중인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공세에 고삐를 조이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는 최대 물동항 오데사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미콜라이우 공략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군도 필사적인 버티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러시아군은 이미 아조우해와 흑해 연안 주요 도시를 거의 장악한 상황이다.

오데사까지 러시아군에 넘어가게 된다면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해상 교통·무역로를 상실하게 된다.

[우크라 침공] 평화협상 중에도 폭격 퍼붓는 러시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미콜라이우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도시가 처참히 파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주지역에서 시가전이 벌어지고 주택들이 주기적으로 포격을 당하는가 하면, 도로가 폭파되고 병원 등에 집속탄 공격이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하루에도 수백명씩이 다른 지역으로 대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러시아군이 미콜라이우를 우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미콜라이우를 공략하면서도 일부 병력을 빼 우회를 시도하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