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대체로 약세를 보인 끝에 혼조세로 끝났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 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가 커졌습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4% 하락한 4,173.11, 나스닥지수는 2.04% 급락한 12,581.22, 다우지수는 강보합(32,945.24)으로 각각 장을 마감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4차 평화 회담이 열렸지만 무위로 끝났습니다. 협상 기대로 유럽 증시가 상승했으나 뉴욕증시는 전쟁에 대한 공포에 더 무게를 뒀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관측이 쏟아졌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反) 서방 공동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을 만나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러시아는 오는 16일 7300만달러 및 1억1700만달러 규모의 외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러시아 측은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으나 달러 등 외화 대신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자국 통화로 외화 채권 이자를 지급할 경우 사실상 디폴트로 간주하는 게 국제 관례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경계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 전망 속에서 긴축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에선 Fed가 이번에 25bp(0.25%포인트) 금리를 높이겠지만 양적긴축(QT) 등 측면에서 과거보다 센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올해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얼마로 내놓을지도 관건입니다. 성장 전망을 많이 낮추고 물가 전망을 크게 높일 경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Fed는 분기마다 금리 및 경제전망(SEP)을 발표합니다.

이와 관련 뉴욕연방은행은 이날 “2월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이 6.0%를 기록했다”고 공개했습니다. 1300명의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정기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년 후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6.0% 상승으로 꽤 높았다는 겁니다. 1월 설문조사 때(5.8%)보다 더 뛰었습니다.
갑자기 급등한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뉴욕연방은행 제공
갑자기 급등한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뉴욕연방은행 제공
소비자들은 1년 후의 가계 소득은 3.2% 오르는 데 그치는 반면 가계 지출은 6.4%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고물가 탓에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두 배 추월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로렌스 맥도날드 베어트랩스리포트 창업자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통제를 벗어날 경우 고의적인 경기 침체가 Fed의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고의 침체를 유발해 수요를 줄여야 물가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Fed가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주들도 뉴욕증시에서 줄줄이 추락했습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90여개 중국 기업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는 하룻동안 11.73% 급락했습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곳에 대해 예비 상장폐지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히면서입니다. 미 정부는 미·중 갈등 이후 중국 상장기업에 대한 회계 감사를 직접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중국 당국이 거부했습니다.

중국 선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된 뒤 선전이 전면 봉쇄된 것도 중국 빅테크 주가에 타격을 줬습니다. 선전은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 도시입니다.

우크라이나 개전 이후 급등세를 탔던 국제 유가는 더 떨어졌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6.62% 밀린 배럴당 102.0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장중 100달러를 밑돌기도 했습니다.

셰브런이 “베네수엘라 원유의 거래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힌 게 유가 하락에 일조했습니다. 미국은 작년 러시아 원유를 하루 평균 67만 배럴씩 수입했는데, 베네수엘라 원유가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입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다음달의 퍼미안 셰일 오일 생산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점도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를 부채질했습니다.

이날의 ‘글로벌마켓나우’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헛된 협상 기대”…푸틴이 진짜 원하는 것 ② 핵전쟁 경고한 유엔 ③ 유럽서 암호화폐 규제법 부결 ④ 무너진 골든드래곤 왜? ⑤ “침체 위험 과장됐다”는 전문가 등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