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지촌여성 인권운동 헌신한 문혜림 여사 별세
한국 민주화 운동과 여성 인권 운동에 헌신한 미국인 헤리엇 페이 핀치백(한국명 문혜림) 여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늦봄 문익환(1918∼1994) 목사의 친동생인 고(故) 문동환 목사의 부인이다.

14일 유족 측에 따르면 고인은 1936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영국계 이민자 부모 아래에서 태어났다.

1950년대 흑인인권운동을 접한 고인은 하트퍼드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사회사업을 공부했고 그 당시 유학 생활 중이던 문동환 목사를 처음 만났다.

그는 문 목사와 한국으로 건너와 결혼식을 올렸고 1970년대에는 생명문화 공동체인 '새벽의 집'을 열어 자본주의와 개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문 목사가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과 1979년 YH 사건으로 옥살이를 할 때는 다른 구속자 가족들과 석방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고인은 알코올·약물 중독에 시달리는 미군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면서 미군 우편 시스템을 이용해 한국의 인권 상황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그 과정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기지촌 여성들을 만났고 1986년 경기도 의정부에 선교센터 '두레방'을 열었다.

두레방 활동은 '양공주'로 낙인찍혔던 기지촌 여성들이 가부장적인 군사문화의 피해자임을 사회에 알리고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제정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2년 고인은 남편과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인 여성들을 위한 '무지개의 집'을 설립해 활동했고, 2019년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다.

고인의 딸 문영미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는 페이스북에 별세 소식을 전하며 "엄마. 감옥과 같았던 육체를 벗고 자유로이 훨훨 날아가세요.

아버지 만나서 다시 결혼식 올리시고요"라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