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박물지·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
[신간] 봄의 제전
▲ 봄의 제전 =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지음. 최파일 옮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대표적 발레음악 작품인 '봄의 제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한 해 전에 탄생해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됐다.

반란의 에너지와 희생 제물의 죽음을 통해 삶을 찬미한다는 내용으로, 현대의 탄생을 알리는 폭발적 기제가 됐다.

라트비아 출신의 캐나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현대 예술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시작해 전장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20세기를 삶과 예술이 섞인 시대, 존재가 미학화한 시대로 규정하며 역사 사료뿐 아니라 무용, 음악, 문학 등 현대 예술의 여러 장르를 분석해 하나의 정신이 관통하는 서사를 직조해낸다.

기존의 전쟁사가 전략과 무기, 장군과 탱크, 조직과 정치가를 중심에 두고 서술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책은 특이하다고 할 만하다.

책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이름 없는 병사들로, 스트라빈스키가 내세운 희생 '제물'이다.

저자는 독일인들의 문학, 철학, 예술과 국민의 사고방식을 들며 전쟁을 문화사와 연결한다.

글항아리. 592쪽. 2만9천원.
[신간] 봄의 제전
▲ 우리 문화 박물지 = 이어령 지음.
2007년에 1판이 나왔던 책의 개정판으로, 저자가 타계(지난 2월 26일) 전에 남긴 손글씨 '내 마지막 동행을 스캔한 영혼의 동반자'가 '이어령'이라는 사인과 함께 책의 3쪽에 새겨져 있다.

평생 한국의 문화 원형 연구에 힘썼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갓, 거문고, 보자기 등 한국 고유의 생활용품부터 바지, 바구니, 종과 같은 동서양 공통의 발명품과 고봉, 윷놀이, 한글 등의 무형 문화, 호랑이, 논길, 박과 같은 자연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이 흔적으로 남아 있는 63가지 유무형 자산을 탐색했다.

최근 K팝, K푸드, K콘텐츠 등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한국 문화의 원형이자 정체성인 전통문화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에 저자는 우리가 태어난 산하의 의미, 자신의 얼굴과 이름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세태를 안타까워하면서 "제 것을 모른 채 살아간다면 새로운 삶과 지식이 열리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디자인하우스. 280쪽. 1만6천원.

▲ 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 = 박래군 지음.
인권운동가인 저자가 펴낸 '한국현대사 인권기행'의 두 번째 책으로, 역사적 상처가 된 장소들을 직접 찾아가 인권의 시각에서 정리했다.

2년 전 출간된 제1권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가 비교적 잘 알려진 장소들을 방문해 그곳의 의미를 뒤집거나 이면에 숨겨진 사연을 찾아내는 여행기였다면, 이번 책은 현지인도 잘 모르는 곳, 아예 길조차 없는 곳에 남겨진 인권의 현장들을 탐사했다.

믿음으로써 죽음과 맞섰던 천주교 병인박해 순교성지 절두산을 비롯해 한국 최초의 소수자 인권운동단체인 진주 형평사 현장, 미군 위안부들의 기억이 새겨진 동두천 미군 기지촌, 현지 주민을 내쫓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광주대단지와 용산참사 현장, 노동인권운동가 이소선의 연대 정신이 새겨진 서울 청계천 등 8곳이다.

클. 280쪽. 2만원.
[신간] 봄의 제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