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이 중심' 전략적 선명성 부각…'중·러 대응' 위한 美진영에 적극 협력
북핵은 유인책보다 원칙적 대응…사드 추가배치 추진 등으로 한중관계 관리 숙제
[윤석열 시대] ⑤외교안보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패'라고 규정해 온 만큼 한미동맹과 북핵 대응 등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걸쳐 접근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민주당 정권에서 무너진 한미동맹을 재건하겠다"고 공언해온 터라 미국과의 전방위적 공조 강화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 행정부와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동맹관계를 강화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반(反)중국·러시아 진영에서도 이전보다 활발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는 종전선언 등 대북 유인책을 적극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주축에 두고 강경 기조를 보일 전망이다.

국방 분야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새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주적이라고 다시 명기하는 한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자유민주주의 가치 바탕 미국과 협력"…한미일 안보공조도 활성화 무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간 첨예한 전략경쟁은 지정학 논리에 따른 강대국 간 힘의 질서가 국제관계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키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일단 한미동맹을 확고한 중심축으로 삼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미국과 함께 아태지역과 글로벌 질서의 미래 비전을 함께 설계하겠다고 자처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를 달리하는 국가, 즉 중국·러시아에 맞서 동맹국들을 결집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시대] ⑤외교안보
미국, 호주, 일본, 인도의 대(對)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산하 워킹그룹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이를 반영한 대표적 공약이다.

윤 당선인의 대미 기조는 이르면 5월 하순 치러질 임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수락 인사 5시간여 만인 10일 오전 전화통화에서 "취임 후에 빠른 시일 내에 만나서 한미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논의를 (하기를) 기대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윤 당선인은 전했다.

통상 대통령 당선인과 미국 대통령 간의 통화는 당선 확정 후 1∼2일 뒤에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첫 통화가 진행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 및 글로벌 현안 대응을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체의 역할을 확장하려고 하는 만큼, 한미일 공조에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사 갈등으로 한국 정부가 그동안 다소 거리를 뒀던 한미일 3자 간 안보 협력이 얼마나 활성화될지가 관심이다.

다만 한반도가 처한 복잡한 현실을 한미동맹 일변도의 전략적 선명성만으로 헤쳐나가기에는 한계가 따를 수 있어 정교한 전략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국제질서가 이합집산과 혼돈, 재연합 과정을 거치는 상황인데 한국은 훨씬 더 강하게 선택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독일, 호주와 같은 지역 강대국과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대해 (미중러 등 강대국이)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서 나머지 국가들을 희생시키는 질서의 태동을 어느 정도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완전한 핵 신고가 신뢰 첫걸음"…한미훈련도 확대할 듯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원칙과 일관성'이 있는 협상을 추구하겠다며 '예측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단계적으로 교환한다는 틀은 일단 유지하겠지만, 상응조치 제공에 있어 이전보다 유연성은 줄이고 원칙적인 기조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이 지난달 8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현존 핵 프로그램을 성실하고 완전하게 신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완전한 핵 신고는 이제까지의 북한 비핵화 협상 역사에서도 좀처럼 넘기 어려웠던 고비였다.

이를 신뢰 회복의 첫걸음으로 못 박은 것은 북한이 넘어야 할 문턱을 비교적 높게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당선인의 '외교 브레인'인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은 지난해 12월 한 심포지엄에서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지만 첫 단계부터 북한의 달라진 태도를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상대적으로 쉬운 첫 단계부터 지속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군사적으로는 한미 간 확장억제 효과 극대화를 통해 북핵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시대] ⑤외교안보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며 축소했던 한미연합훈련의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연합훈련은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계기로 병력·장비를 대규모로 기동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 방식으로 축소돼 진행돼왔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까지 겹쳐지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직결된 평가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국과의 조율을 거쳐야겠지만 늦어도 하반기 한미연합훈련은 대규모 실기동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연합훈련과 대북제재를 '적대시 정책'이라고 주장해 온 북한은 이런 접근법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강대강' 국면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측의 대통령 당선인이 정해지자마자 장거리 로켓 발사가 수반되는 '정찰위성 다량 배치' 의사를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 '북한 주적' 명시, 사드 추가배치도 추진…긴장고조 불가피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주적'으로 명시하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14일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하자 페이스북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한 줄 메시지를 남긴 데 이어 열흘 뒤 외교안보 공약 발표 때에는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주적'으로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시대] ⑤외교안보
1995∼2000년 국방백서에서 사용됐던 '북한은 주적' 표현은 남북 긴장완화에 따라 2004년 삭제됐고 대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의 전방배치 등 직접적 군사위협'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최신판인 2020 국방백서에는 2018년판과 마찬가지로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2년 주기로 국방백서가 발간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2022 백서에서 새 정부는 북한 정권과 군을 주적으로 명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 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도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드는 적의 미사일을 40∼150㎞의 '고고도(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미군의 방어체계로, 윤 당선인 대선 캠프에서는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 1개 포대만으로는 수도권 방어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사드를 추가로 구매해 배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사드는 2016년 주한미군 포대의 성주 배치 결정 당시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의 고강도 보복에 나섰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라 추가 배치를 추진하면 한중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우려된다.

윤 당선인은 또 선제타격 능력인 킬체인(Kill-chain) 등으로 구성된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 강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