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 작업이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오는 5월까지는 매각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매각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8조원 적자' 대우조선 민영화 장기 표류하나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달 중순까지 외부기관에 의뢰한 대우조선 경영컨설팅 결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공개할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3월 말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플랜B부터 플랜D까지 대우조선 매각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은이 서둘러 매각 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투자업계의 관측이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인 대우조선 처리가 핵심 공약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은 한때 대우조선 지분 55.7%를 자회사이자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우조선 노조와 지역사회는 ‘밀실 재매각 수순’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회장의 거취도 변수다. 2017년 9월 취임한 이 회장은 2020년 9월 연임에 성공했다. 산은 회장 임기는 3년으로, 남은 임기는 2023년 9월까지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도 사석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 수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대우조선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의 민영화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우조선은 작년 매출 4조4866억원, 영업손실 1조7547억원을 냈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다 손실 규모도 시장추정치(1조4000억원)를 훨씬 웃돌았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