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표단 만난 후 미 기업 임원 등 2명 석방…야권과의 대화도 재개
우크라 사태 속 미·베네수 관계 훈풍?…마두로, 미 수감자 석방(종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중남미 우방인 베네수엘라와 미국 사이에 때아닌 훈풍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8일(현지시간) 자국에 수감된 미국인 2명을 석방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석방된 이들은 미국 정유회사 시트고(CITGO)의 임원 구스타보 카르데나스와 쿠바계 미국인 호르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2017년 카르데나스를 포함해 시트고 임원 6명을 돈세탁 등의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

남은 5명의 석방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석방은 미국 정부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 5일 베네수엘라를 찾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만난 후 이뤄졌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 속에 2019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후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대신 인정하며 마두로 정권과는 관계를 단절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정권의 '돈줄'인 석유산업에 제재를 가하는 등 마두로 정권을 압박해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대(對)베네수엘라 정책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미국이 마두로 정권과 이례적인 직접 접촉에 나선 데에는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석유 공급 안정을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제재 완화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쩍 돈독해진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관계에 균열을 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미 언론들은 분석한다.

미국의 제재 해제를 요구해온 마두로 정권도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국영방송으로 중계된 각료회의에서 미국 대표단과의 만남을 언급하며 "공손하고 화기애애하며 외교적인" 대화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관심 사항, 의제들에 대해 계속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며 "베네수엘라와 전 세계에 중요한 문제들을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지난해 10월 중단한 야권과의 대화에도 다시 나서겠다고 밝혔다.

마두로 정권과 야권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노르웨이의 중재 속에 정국 위기 타개를 위한 대화를 시작했으나, 미국이 마두로 측근 사업가의 신병을 확보하자 이에 반발한 마두로가 일방적으로 대화를 중단했다.

마두로 정권은 이전에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향한 제스처로 시트고 임원들을 가택연금으로 전환했다가 관계가 악화한 후 다시 수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