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급등하고 있는 국제 유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투자 확대가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에너지 기업에 시설 투자를 줄이고 배당을 늘리라고 압박해온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자들도 에너지난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에너지포럼 세라위크에서 미국 셰일오일 기업 헤스의 존 헤스 CEO는 “에너지 기업들이 최근 5년 동안 투자를 줄인 대가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지불하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와 세계 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석유와 가스에 대한 투자 확대”라고 말했다.

에너지 회사에 탄소중립(넷제로)을 압박해온 미 월가의 대형 은행을 비롯한 투자자들을 겨냥한 말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투자자들까지 동참하면서 주요 에너지 기업은 석유와 가스 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를 자제해 왔다.

세계 최대 에너지 행사 중 하나로 꼽히는 세라위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2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당초 기후변화 대응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그동안 쌓여온 불만을 토해내는 자리로 변했다.

파트리크 푸얀 프랑스 토탈에너지 CEO는 “넷제로 영향으로 석유와 가스 생산을 위한 투자액은 급감한 반면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CEO도 “투자 감소로 에너지 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쳤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석유회사 페트로나스의 텡쿠 무함마드 타우피크 CEO는 “에너지 기업은 악당이 아니라 해결사”라며 “투자자들은 에너지 회사를 적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국제 유가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유가는 최근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브렌트유 기준)하고 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글로벌 시장에 러시아산 원유의 공백을 메울 생산 여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