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방위 의지 확고…우크라 비행금지구역 설정 요구에 선 그어
폴란드·발트 3국 영구주둔 모색…우크라, 나토 가입 포기 시사
[우크라 침공] 나토, 동유럽 동맹 방위 강화…우크라 지원엔 한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유럽 방위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해 동유럽 동맹국의 방위력 증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나토 가입을 요구해온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동맹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에 한계를 두는 모습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안감을 나타내는 동맹국에 대한 나토의 보호와 미국의 지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공동의 방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나토의 집단방위 원칙을 명시한 나토 조약 5조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신성불가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우리는 방어적 동맹이며 물리적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충돌이 닥쳐올 경우 우리는 대비가 돼 있으며 한 뼘의 나토 영토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방문하면서 이들 국가에 나토 병력을 영구 주둔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블링컨 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국에 미군 병력의 영구 주둔을 요청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접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고 군사적 위협을 가한 이후 나토는 동유럽 동맹국에 병력을 증파하는 등 방위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나토는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권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신규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도 거론된다.

프랑스는 루마니아에 전투부대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발트 3국과 폴란드에 이미 주둔한 5천 명 규모의 병력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 침공] 나토, 동유럽 동맹 방위 강화…우크라 지원엔 한계
미국은 최정예 부대인 82공수사단의 병력 3천 명을 추가로 폴란드에 파견하기로 했다.

또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1천 명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했다.

미국은 또 동유럽의 동맹국에 패트리엇 미사일이나 고고도 대공방어(THAAD·사드) 시스템 같은 방공 체계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는 동유럽 동맹에 주로 순환 배치 병력을 유지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를 영구 주둔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만 병력은 보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요구에 대해서도 불가 입장을 지키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4일 나토 외무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나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영공 위로 나토 항공기를 띄우거나 우크라이나 영토에 나토 병력을 둬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나토 동맹국으로서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 너머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할 경우 유럽에서 훨씬 더 많은 국가가 관여해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한계를 두는 것은 러시아와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만큼은 피하려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토는 2008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하기로 약속하고 우크라이나와 협력관계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나토는 좀처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고, 당분간은 가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5일 러시아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과 관련해 "나토의 확장은 계획되지 않았고 논의되지도 않고 있으며 현안에도 들어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강화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는 아직 집단안보 원칙을 규정한 나토 헌장 제5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받아도 나토가 자동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포기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개전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3차 협상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집권당 '국민의 종'의 다비드 하라하미야 대표가 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라하미야 대표는 서방 언론 인터뷰에서 '나토 가입이 협상 안건이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는 '비(非) 나토' 모델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답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이 보여준 반응으로 볼 때 이들이 최소 5년에서 10년 안에는 우리를 나토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나토 가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누가 우리를 도와주겠는가.

그것은 꿈같은 일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나토 가입 문제를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에 규정된 나토 가입 목표를 국민투표로 철회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폴란드 등 다른 동유럽 국가와 달리 나토 가입이 어려운 것은 유럽 내 세력 균형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러시아가 옛 소련권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반대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의 안정을 위해 러시아 요구를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8년에도 나토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을 때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의 세력균형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 아니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