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불붙인 에너지 대란이 유럽 건축자재 공장으로 번지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자 영세 건자재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 유럽 건설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계 최대 벽돌 제조업체 비네르베르거의 하이모 슈츠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영세 벽돌 제조업체가 겨울 동안 공장을 멈춰 세웠다”며 “건축자재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길어지면 유럽과 북미 전역의 건설 사업 및 투자 결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의 소규모 건자재 업체들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늘어난 에너지 비용 탓이다. 유럽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수급 불안이 커지자 천연가스 가격은 폭등했다. 지난 4일 기준 유럽 천연가스 도매 가격은 ㎿h당 205유로(약 27만4000원)로 1년 전보다 9배 뛰었다.

독일이 원자력 발전을 포기한 이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점도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슈츠는 지적했다. 독일은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의 38%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일부는 무리한 탈탄소 정책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세라믹타일업체 그레스파니아의 루이스 에르난데스 CEO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5% 줄이겠다는 유럽연합(EU)의 목표는 세라믹산업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건설업자들은 벌써부터 자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그레스파니아는 올해 2분기 세라믹 생산량을 15% 감축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에선 올해 세라믹 생산이 30%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FT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가격의 추가 상승을 유발하면 주택과 공장 건설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