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일 발생한 경북 울진·강원 삼척 등 동해안 산불이 나흘째 이어졌다. 피해 면적이 서울의 3분의 1을 넘어섰지만, 강원 강릉·동해는 90%가량 진화돼 ‘큰 고비’는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화율 50% 수준인 울진·삼척의 주불도 8일에는 잡힐 것이란 게 산림당국의 관측이다.
< “금강송 지켜라”…화마와 사투 >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이 지난 6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 군락지로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 “금강송 지켜라”…화마와 사투 >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이 지난 6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 군락지로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최악의 위기’ 넘겨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강원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이날 오후 6시 기준 총 2만1765㏊의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서울 면적(6만520㏊)의 36% 수준으로, 여의도(290㏊·여의서로 제방 안쪽 면적)의 75.1배 규모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2000년에 발생한 동해안 산불 이후 최근 20여 년 만에 가장 큰 산불”이라며 “최종 피해 규모는 2000년 산불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실된 시설은 570곳이다. 동해시 어달산 봉수대(강원도 기념물 13호)가 피해를 봤고, 주택 348곳이 불에 탔다. 총 4659가구 7355명이 대피했다.

산불 상황은 이날 오후 들어 큰 고비를 넘겼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진화율은 강릉·동해 90%, 울진·삼척 50%다. 정부는 그간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건조한 기후, 강풍’이라는 최악의 조건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이날 들어선 바람이 누그러져 상황이 크게 나아졌다. 다만 산세가 험해 인력 접근이 어려워 진압을 헬기에 의존한 울진·삼척, 영월 산불은 진화율이 각각 50%, 40%에 그쳤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울진은 불머리 화선이 굉장히 강해서 진화 진도가 생각보다 많이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8일 주불 진화 목표”

산림당국은 이날 인력 1만7940명과 헬기 86대, 지휘차 17대, 진화차 114대, 소방차 650대 등을 투입해 산불 진화에 나섰다. 전날 오후 한때 울진 금강송 군락지 500m 앞까지 번지기도 했던 산불은 소방당국의 총력전에 상당 부분 진화됐다. 금강송 군락지는 국보급 문화재 복원에 사용되는 200년 넘은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자라는 곳이다.

문화재청 지정 보물이 있는 금강송면 불영사도 위협을 받았지만, 당국의 사전 살수 조치와 방염포 대응으로 위기를 넘겼다. 4~5일 불길이 코앞까지 닥쳤던 울진 원자력발전소, 삼척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등 국가기반시설 주변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소방·산림당국은 주불이 진화되는 대로 ‘뒷불 감시조’를 편성해 재발화에 대비할 계획이다. 최 청장은 “8일 오전까지 모든 화선을 진압하는 것을 목표로 최대한 작업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림청 관계자는 “8일부터는 다시 동풍이 강하게 불 것으로 예보돼 금강송 군락지 인근이 위협받을 우려가 크다”며 “인근 지역 불머리를 완전히 제압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산림당국은 이날까지 불머리를 잡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재민 7300명…재난복구 지원은

이번 산불로 생계 기반을 잃고 대피한 이재민은 울진·삼척 6522명, 동해 688명 등 총 7355명이다. 이들은 공공시설이나 마을회관, 경로당 등에 마련된 임시주거시설에서 응급·취사구호세트, 방역물품 등을 제공받아 지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울진과 삼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주민 생계안정 비용 및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상 비용은 국고로 지방비 부담액의 최고 80%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에겐 가구원 수에 따라 이재민 생계지원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피해 지역 고등학생의 장학금 지원, 현역병 입영일자 연기 등도 이뤄진다.

산불 피해 보상금 지급과 성금 배분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산불로 인한 물적 피해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이 사유 시설에 대해 10일, 공공 시설에 대해 7일간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복구 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통상 최장 2주간 조사해 피해액을 산출한다”며 “구체적인 재정 지원 규모는 피해 조사 후 중대본 회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