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의 교육과 세상] 새 정부는 무책임 교육정책 반복해선 안 된다
공교육 관련 대부분의 이슈는 대입 문제로 수렴된다. 문재인 정부도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과 그게 전제돼야 가능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핵심 교육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집권 첫해인 2017년, 교육부는 수능에서 절대평가를 일부 과목(1안)에서 할지, 전 과목(2안)에서 할지로 교육계의 찬반 논쟁을 촉발했다. 여론이 분분해지자 교육부는 결론을 1년 연기한다고 발표해 버렸다. 1년 뒤인 2018년에도 결론은커녕 방향조차 없이 공론화로 떠넘겼다. 대통령 공약을 백지화하고 대입 문제를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대입제도공론화위원회→시민참여단으로 폭탄 돌리기 하듯 떠넘기면서, 수개월 동안 20억원을 들이고 시민 500명이 토론해도 결론이 나지 않자 교육부는 마지못해 수능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절대평가 전환은 흐지부지됐다.

그 난리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19년 조국 사태로 전국이 시끄러워지자 국민 분노를 잠재우려는 다급함이 느닷없이 교육으로 불똥이 튀었다. 2017년, 2018년 내내 논쟁을 지속하다 공론화까지 거쳐 가까스로 내렸던 결론을 조국 사태로 하루아침에 뒤집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교육부는 2019년 11월 말 정시 40% 확대라는 미봉책을 난데없이 발표했다. 20억원을 들인 공론화도 무색했다.

2017~2019년 교육정책은 내내 ‘미래’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현재 여론’에만 의존한 무책임의 전형이었다. 미래 비전 논의가 공론화위 의제에 있었으나, 상대평가 옹호 팀에서 “미래 비전을 논하면 절대평가 팀에 유리하므로 공정하지 못하다”며 반대했고, 결국 공론화위는 이를 수용해 교육 미래 비전을 논의하지 못하게 하고 현재의 정시·수시 비율만 논하게 했다. 답이 없는 4개의 선택지로만 공론장에서 싸우게 함으로써 국민들이 선택지에 없는 ‘미래’를 생각지 못하게 막은 무책임의 극치였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2021년은 코로나 사태로 잃어버린 2년이었다. 전국이 완전 온라인 교육으로 강제 전환됐다. 첫 학기는 그럴 수 있다 치지만, 2년 내내 혼란의 지속으로 끝내 중위권 실종, 양극화 심화를 초래한 것은 무책임에 더한 무능이었다. 그러잖아도 기초학력 미달률 파악을 위해 전수조사하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2017년부터 3% 표집조사로 바꿔서 국영수 기초학력 미달률이 급증하던 참이었는데, 코로나로 잃어버린 2년은 이를 가속화했다.

무책임과 무능의 교육 정책이 새 정부에서는 반복되면 안 된다. 그런데 정시·수시 프레임에 갇혀 몇 년을 낭비한 걸 알면서도 양 대선 후보 모두 정시 확대론에 어정쩡하게 편승했다. 하지만 현재의 정답 맞히기 선다형 수능으로는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미래 구호를 외치는 대선 후보들도 정시를 얼마나 확대할지는 말을 아꼈다. 2019년 교육부가 정시 확대를 발표하면서도 수능이 미래 교육이 아님을 알기에 보완책으로 동시에 내놓은 ‘2028 대입부터 논술형 수능 도입’에 대해서도 대선 후보들은 몸을 사렸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도 뇌관인 대입 평가는 차기 정부로 넘긴 상태다.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미래 교육에 대한 철학 없이 국민을 편 가르고 여론만 쫓아다닌 지난 5년의 실책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둘 다 답이 아닌 정시·수시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능력을 기르고 평가할 것인지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그동안 국가교육과정 목표들이 수능과 내신에서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목표한 역량이 수능과 내신에서 공정히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교육 개혁의 핵심이다. 미래 역량 평가 개혁 10년 로드맵을 세워 여론보다 미래 교육 이정표를 보고 교육 패러다임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당대 여론이 정책 기준이라면 한글 창제,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가능했겠는가. 망국을 초래한 구한말 쇄국정책은 당시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