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임시 휴전 협정을 맺었지만 이틀 연속 지키지 않았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 두 번째 휴전 합의에 따라 9시간 동안 주민 40만 명 중 일부가 대피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군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날 임시 휴전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교전을 이어갔다.

휴전 무산 책임 상대방에 떠넘겨

푸틴 "러 요구 충족돼야 공격 중단"…바이든 "폴란드 전투기 지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10일째인 5일 오전 10시부터 우크라이나와 임시 휴전하기로 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마리우폴과 볼노바하에서 민간인이 빠져나갈 통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지난 3일 양국 간 2차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하지만 상대 탓을 하면서 주요 전선에서 교전, 민간인들이 제대로 대피하지 못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이번 휴전을 이용해 해당 지역에서 더욱 진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때문에 휴전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휴전 요청에 즉각 응했지만 우크라이나가 민간인을 방패 삼아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가 군사작전 중단과 비무장화 등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휴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군사 인프라 제거 작전이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 중부·동남부 주요 도시의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인 오데사를 폭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최대 물류항이다. 이 항구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철광석, 티타늄 등을 수출한다.

러, 우크라이나 2위 원전도 노려

러시아는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과 1986년 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 시설을 장악한 데 이어 5일 우크라이나의 2위 규모 원전을 장악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주요 매체는 러시아 당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원전을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미콜라이우에 있는 남우크라이나 원전 20마일(32㎞) 지점까지 접근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도시에 대한 포위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키이우를 포함한 인구 밀집 지역에서 러시아가 공격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폴란드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제 미그(MiG)-29 전투기 등을 넘기면 미국이 F-16 전투기를 폴란드에 제공해 폴란드의 군사력 공백을 채워주는 방안을 폴란드 등 동맹국과 논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조종사 훈련 여건상 폴란드가 보유한 러시아산 미그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빅테크까지 모두 러시아 떠나

러시아가 언론 통제를 강화함에 따라 주요 언론들이 취재 활동을 중단했다.

CNN과 블룸버그통신, BBC도 러시아에서 취재 활동을 당분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공개 유포할 시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는 또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내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을 차단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는 즉각 반발해 광고를 중단했다. 구글도 러시아에서 광고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러시아에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신규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도 당분간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에르메스 등 글로벌 명품 기업들도 ‘러시아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양국의 3차 평화회담이 하루나 이틀 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