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될 때' 읽고 감명받아 영문과로…"노력으로 성취하는 기적"
새내기 영문학도 된 희소병 청년…"내 이야기 기록하고 싶어"
"저는 기적을 믿지도 않고 희망적인 사람도 아니지만…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기적은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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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기 파주 자택에서 만난 민용준(26)씨는 뇌와 척수에 종양이 자라는 제2형 신경섬유종증을 딛고 올해 한양대 영문학과에 입학한 22학번 새내기다.

민씨는 대화를 활자로 옮겨주는 앱을 틀고 태블릿 PC 가까이 눈을 붙여 기자의 질문을 읽어내려갔다.

청신경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 이후 민씨는 안면과 사지 마비를 함께 앓고 있다.

새내기가 된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에 민씨는 "인강(인터넷 강의)을 볼 수 없어 해설지를 외우며 공부하느라 힘들었는데,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달콤하다"며 "일단 그냥 놀고 싶다"고 웃었다.

2년 전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 민씨는 약 1만9천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기도 하다.

현재 '과학자미뇽'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채널명에 '과학자'가 들어가는 이유를 묻자 그는 "(유튜브를 시작하던) 당시엔 과학자라는 도달할 수 없는 꿈을 꾸면서 죽어간다는 사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 1∼2년 동안 많이 방황했다.

왜 하필 나일까, 왜 그 수많은 사람 가운데 우리 가족일까, 나 열심히 살았었는데, 나한테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막살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2년 전 방송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해 자신의 병을 고치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내기 영문학도 된 희소병 청년…"내 이야기 기록하고 싶어"
2020년 2월 병세가 급격히 나빠진 민씨는 수술을 택했다.

그는 후유증으로 청각장애와 시각장애, 지체장애를 갖게 됐다.

민씨는 좌절하지 않았다.

"장애인이 되고 몸이 힘든 것보다 시선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말한 그는 "'불쌍하다' '동정심을 느낀다'는 시선이 싫어 더 열심히 산다"며 수술 뒤 수능을 준비한 이유를 밝혔다.

그가 영어영문학과를 택한 건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 영향이 컸다.

해당 책에는 36살의 신경외과 의사가 폐암 판정을 받은 뒤 삶의 마지막 2년을 직접 기록한 내용이 담겨있다.

민씨는 "영문학도이기도 한 작가는 암 말기를 진단받고도 마지막까지 자신을 기록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이야기를 다양한 언어로 기록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재활을 위해 매일 5천개씩 다리 운동을 한다는 그의 다음 목표는 휠체어 없이 두 다리로 캠퍼스를 거니는 것이다.

민씨는 "나는 기적을 믿지 않고 희망적인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기적은 좋아한다"며 "옛날 모습을 찾을 수는 없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운영에 대한 열의도 보였다.

민씨는 "유튜브로 내 이야기를 알릴 수 있고 사람들이 공감해주시고 소통하는 것이 좋다"며 "교내 영상 동아리에도 들어가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