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심포지엄…"미중갈등 속 전략적 모호성은 '잔머리'"
송민순 전 장관 "우크라 사태로 美 적극적 북핵 해결 어려워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의 역량이 분산돼 북핵 문제는 현안에서 더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송 전 장관은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24일 서울대에서 개최한 '위기의 한국, 기회의 한국 - 차기 정부를 위한 국가전략 제언' 심포지엄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이 얼마나 세계에 자기 힘을 쏟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고 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다가오는 미국 중간선거, 유가 인상 가능성, 중러 밀착 등을 거론하며 "이런 상황을 한반도에 대입하면 북핵 문제는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멀리 떨어졌다"며 "상황을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북한 도발 억지에 주로 대비할 것이고, 적극적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약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면서 "과거 미국은 일단 전쟁 상태에 들어가면 초당적인 힘을 모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전 장관은 6·25전쟁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강대국 정치의 현실"이라면서 "한국만큼 주변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도 많이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항상 염두에 두고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의 외교통상부를 이끌었던 송 전 장관은 차기 정부의 과제로 자체적 핵 기본역량 축적, 한미동맹 강화 등을 꼽으면서 미중 대립에서 명료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전략적 모호성'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잔머리'"라며 "민주주의, 인권, 시장, 자유무역 등 한국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내세워야지 잔머리를 굴리면 안 된다.

전략적으로 명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자체 핵무장에는 제약이 따른다면서도 "미국의 한반도 관련 핵 정책과 전력태세 기획 과정에 한국이 관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라고 밝히며 '한미 핵 공유 제도화'를 차기 정부의 주요 국방 과제로 꼽았다.

한 전 장관은 "북한 핵이 고도화한 현 상황을 감안하면 대응 체계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핵 균형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는 북한의 핵 인질 신세"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선 정국의 단골 공약 소재인 모병제에 대해 "모병제 전환은 시기상조이나 향후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전문병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