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그대로인데 국민연금 보험료는 더 내라니…이유 있었다 [강진규의 국민연금 테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회사에 다니는 근로자는 이를 회사와 절반씩 부담한다. 이들의 실질 보험료율은 4.5%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지역가입자는 9% 전체를 본인이 부담해야한다.이같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9%는 수십년째 같다.

매년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면 임금 인상에 따라 보험료가 상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연봉이 오르지 않아도 보험료가 매년 높아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25년째 9%인 국민연금 보험료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소득의 9%로 고정된 것은 1998년부터다.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3%였던 보험료율을 5년마다 3%포인트씩 높였다. 이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예정된 보험료율 인상이었다.

하지만 1998년 9%로 고정된 이후에는 24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간 재정 문제가 지적되며 보험료율 인상안이 제시됐지만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아 보험료율을 올리지 못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보험료율을 12~15%선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12% 또는 13%까지 보험료율을 높이면서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9%라는 국민연금 보험료 수준은 세계 주요국보다 낮은 편이다. 영국은 25.8%, 독일은 18.7%, 일본은 17.8% 등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거둬가고 있다.

보험료율·연봉 동결인데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고?

보험료율이 9%로 고정돼있다면 연봉이 오르지 않았을 경우 매년 내는 보험료도 같은 게 정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규정이 적용된다. 보험료가 올랐다면 임금이 오른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고정된 연봉 7000만원을 받은 A씨는 매년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인상된 보험료 납부액은 100만원에 이른다.

2017년만해도 A씨는 연간 484만9200원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했다. 여기엔 회사가 내는 4.5%의 비용 부담을 포함됐다. 이듬해에도 같은 연봉을 받았는데도 연간 보험료 납부액은 500만원을 훌쩍 넘겨 505만4400원으로 뛰었다. 작년엔 이 금액이 565만9200원으로 올랐다.
연봉 그대로인데 국민연금 보험료는 더 내라니…이유 있었다 [강진규의 국민연금 테크]
이는 국민연금 보험료 상한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일정 소득에 보험료율 9%를 적용한 금액을 보험료 상한으로 정해놓고 있다. A씨의 연봉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보험료가 계속 오른 것은 보험료 상한이 매년 인상되는 가운데, A씨의 소득이 일관되게 이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A씨처럼 보험료 상한액을 납부하는 사람은 지난해 약 245만명으로 추산된다.

2017년 기준 보험료 상한이 적용되는 연봉액은 5208만원에 해당했다. 이 연봉의 9%가 484만9200원이다. A씨는 연봉이 7000만원으로 이를 초과해 보험료 상한을 냈다. 작년엔 보험료 상한 적용 연봉이 6288만원까지 높아졌지만 여전히 A씨의 연봉 수준을 하회했다.

실제로는 수백만원 덜 낸 것

다시 말하면 애초에 A씨는 9%의 연금보험료를 낸 적이 없는 것이다. 연봉 7000만원의 9%는 630만원이기 때문이다. A씨의 보험료 지출(회사 납부분 포함)이 현 정부 들어 100만원 가량 늘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9%보다 적은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험료 상한을 더욱 높여 고소득자의 연금보험료를 높여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보험료 수급액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여서 국민연금 수급액 차이가 커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론도 많다.

한편 국민연금은 보험료 하한액도 규정해놓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보험료 하한액은 2만9700원이다. 기준 소득은 연 396만원이며, 1년에 200만원만 버는 사람도 396만원을 버는 사람과 같은 보험료를 내야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