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예바 도핑 양성 반응…금지 약물 검출 과정·투약 여부 온통 '불투명'
에일린 구의 국적은 중국인가 미국인가…줄기찬 질문에도 줄곧 답변 회피

[올림픽] '진실은 어디에'…발리예바 도핑 위반·에일린 구 국적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 영어와 중국어 두 개의 이름으로 불리는 에일린 구(Eileen GU)·구아이링(谷愛凌·19)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빛낼 특급 스타로 일찌감치 세계인의 시선을 끌었다.

발리예바는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독보적인 존재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은 물론 세계신기록 수립 여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금메달 0순위 후보로 촉망받던 에일린 구는 스키 프리스타일 빅에어에서 금메달, 슬로프스타일에서 은메달을 각각 획득해 실력으로 이번 대회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올림픽 폐막을 나흘 남긴 16일 현재 둘을 비추는 조명색은 그리 환하지 않다.

희미하지만 점차 밝아질 진실의 조명이 둘을 정면으로 조준한다.

공교롭게도 둘은 '진실게임'의 대상이 됐다.

먼저 발리예바는 도핑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동료 참가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긴급 결정으로 15일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극적으로 출전한 발리예바는 부담 탓에 기술 완성도가 떨어졌는데도 82.16점을 받아 선두에 오르면서 17일 프리스케이팅에 나선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 때 발리예바가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같이 경쟁하는 다른 나라 선수와 전 세계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발리예바가 금메달을 따더라도 축복을 받는 대관식은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입상하더라도 시상식을 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검사 결과가 지연 통보된 탓에 이번 동계올림픽 개막 나흘 후에야 도핑 양성반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발리예바가 실제 금지 약물을 복용했는지는 대회 후 본격 조사에서 드러날 참이다.

발리예바는 CAS 청문회에서 할아버지의 심장 치료제 탓이라고 항변했다.

검출된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로, 혈류량을 늘려 지구력을 증진하는 물질로도 알려져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2014년 금지 약물로 지정했다.

어쩌다가 할아버지 심장 치료제 성분이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 검출됐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할아버지와 물컵을 나눠 쓰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보도도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반박 보도도 나오는 등 추정만 난무한다.

우연인지, 발리예바가 실제 불법 약물을 복용했는지, 복용했다면 스스로 택한 것인지 아니면 주변 어른들의 권유에 따른 것인지 등 파헤쳐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발리예바가 세계 최정상급 선수이고, 만 16세가 안 된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들어 IOC, WADA 등 약물과 최일선에서 싸우는 단체들은 철저한 조사를 예고했다.

[올림픽] '진실은 어디에'…발리예바 도핑 위반·에일린 구 국적
미국에서는 에일린 구, 중국에서는 구아이링으로 통하는 이 선수의 미스터리는 국적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일린 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주로 이곳에서 산다.

그는 3년 전 중국 국적을 취득해 이번에 미국 대신 중국 대표로 출전했다.

이미 대회 전부터 글로벌 명품 제품 모델로 주목을 받은 구아이링은 현재 중국 내 광고모델 1순위로 거론되는 등 어머니의 나라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한다.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이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배신감'을 느낀 미국 언론이 에일린 구의 국적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에일린 구는 미국에서 사립학교에 다니는 등 중상위층 삶을 영위했고, 미국대표팀으로도 충분히 선발될 실력도 갖췄기에 중국 선수로 올림픽을 뛰는 그에게 미국 언론이 큰 관심을 쏟는다.

에일린 구는 대회 기간 미국 국적을 버렸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

15일에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지만 피하기에 바빴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의 대표로 올림픽에 나선 만큼 미국 국적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에일린 구는 묵묵부답이다.

AP 통신이 16일 소개한 내용을 보면, 에일린 구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장 좋아하는 말로 양분(兩分)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dichotomy'를 썼다.

두 나라에 걸친 혈통답게 미국과 중국 두 나라를 다 좋아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나라를 대표해 출전하는 올림픽에서만큼은 국적이 무척 중요하기에 이를 해명하지 않는 그를 미심쩍게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미국에 이민한 중국 출신 사업가는 AP 통신에 "중국이 에일린 구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받아들일지 지켜볼 것"이라며 "많은 미국인이 지금 에일린 구를 인정하지 않아 보이는 건 확실하다"고 평했다.

/연합뉴스